태아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한 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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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한 명의 사람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7.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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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23) 낙태도 살인일까

6계명 : 살인하지 말라(20:13)

여기 한 아기가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다. 어머니의 뱃속을 떠나 찬란한 빛을 처음 마주한 아이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우렁찬 울음소리를 뽐낸다. 보일 듯 말 듯 한 조그만 움직임에도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다.

한 아이가 빛을 볼 때 다른 아이는 어둠 속에서 죽어간다.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한 고귀한 생명은 차마 살려달라고 외쳐보지도 못한 채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잃는다. 이름조차 붙여지지 못한 생명이 떠나고 난 자리엔 찢긴 핏덩이와 살점만이 낭자하게 흩어져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의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낙태 건수는 약 5만 건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낙태 현실을 가장 밀접하게 경험하는 의사들은 조사 결과에 코웃음을 친다. 의사들이 추정하는 같은 해 낙태 건수는 약 30만 건. 한해 출산되는 아이의 숫자와 거의 동일한 숫자의 아이들이 낙태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칼에 찔리고 총탄에 맞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낙태라는 이름의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내세우며 낙태죄까지 폐지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살인하지 말라6계명과 낙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태아도 사람이다

낙태를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낙태를 반대하는 이들의 차이는 태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에서 온다. 낙태에 찬성하는 진영에선 태아는 그저 세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크리스천들은 태아 역시 하나님의 손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영혼이라고 바라본다.

성경 말씀은 이를 뒷받침한다. 시편 716절은 내가 모태에서부터 주를 의지하였으며 나의 어머니의 배에서부터 주께서 나를 택하셨사오니 나는 항상 주를 찬송하리이다라고 고백한다. 태중에서 하나님을 의지하였다는 고백은 쉬이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서 태중에서 우리를 택하셨다고 말하며 태아 역시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임을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세례 요한의 탄생을 기록한 구절에서도 같은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복음 115~16절에서는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는 천사의 예언을 소개한다. 태아가 단지 세포에 불과했다면 태중에서 성령의 충만함을 받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의학적으로도 태아를 산모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몸의 일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람의 조직 세포 안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다. 그 중 23개는 어머니에게서, 나머지 23개는 아버지에게서 온다. 46개의 염색체가 형성되는 시기가 바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될 때다. 수정란이 된 순간부터 이는 더 이상 어머니나 아버지의 일부가 아니라 새로운 인간의 첫 번째 세포인 것이다.

 

제도도 뒷받침돼야

그렇다고 마냥 낙태는 살인이라는 명제만을 밀어붙이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태아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낙태에 대해 고민할만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산모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나 강간을 당해 임신하게 된 경우, 아이에게서 심각한 유전적 질병이 우려될 경우가 그렇다.

분명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그래도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한다 해도 여전히 성경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나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정의 내렸다.

최근엔 낙태 문제는 여성이 가진 재생산권에 따라 여성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므로 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이상원 교수(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낙태 문제를 다룬 세미나에서 임산부와 태아는 완전히 다른 유전자를 가진 독립된 인간으로 임산부가 태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임신과 출산에 여성만이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지는 현 세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과 시술 의사만 법적 책임을 졌던 이전의 낙태죄 제도에서 남성도 처벌을 받도록 하는 개선 입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제기된다. 낙태하지 않고 원치 않는 아이를 출산했을 경우 양육을 사회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

예방도 중요하다. 케이프로라이프 송혜정 상임대표는 생명교육과 생명윤리, 생명에 대해 철저히 가르치고 모든 성관계에는 생명이 잉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가르쳐야 한다면서 낙태 전 상담에서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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