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이상 집합금지? 오늘 저녁엔 ‘게더타운’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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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이상 집합금지? 오늘 저녁엔 ‘게더타운’에서 만나자”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7.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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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안 ‘교회’를 가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 가상과 현실을 이어줄 수 있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그리스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사회의 장이자 선교적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교회 건물을 세우고 예배를 드리거나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시대 새로운 복음 전도의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는 것.

메타버스가 새로운 선교지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가상현실 속 교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메타버스 속 교회를 진짜 교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가상현실 속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예배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래 사회 속 비대면이 일상화되어가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메타버스’라는 3차원의 가상세계가 가진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사회의 장이자 선교적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새로운 사회의 장이자 선교적 공간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현실사회의 축소판 ‘제페토’ 

최근 10대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제페토(ZEPETO)’는 네이버에서 만든 3D 아바타 기반의 소셜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실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이 공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채널(맵)로 시공간을 초월해 이동할 수 있고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이런 공간에 자리를 잡은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일명 ‘싸이월드 세대’라 불리는 3040 기자에게도 ‘메타버스’는 다소 생소한 영역이었다. 

최근 한 선교단체가 메타버스에 건물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제페토’에 접속해 보았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한 후 ‘제페토’ 어플을 깔고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고 나만의 아바타를 생성한다. 아바타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별을 바꾸거나 헤어스타일, 복장도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검색 창에 ‘doking station’이라는 이름을 입력하고 공간에 입장하자 물고기가 춤추는 작은 호수가 보이고 구름다리 너머로 큰 건물이 들어서 있다. 

건물 옆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의자와 무대, 대형 스크린이 배치돼 있다. 실제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세우려면 몇 년은 족히 걸릴 일이 ‘제페토’ 안에서는 몇 시간도 걸리지 않고 이뤄졌다. 핸드폰의 터치 몇 번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각종 건물이 들어선다. 완성된 선교단체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 지도, 회의공간, 소파 등이 눈에 띈다. 책상에 놓인 노트북과 테이블 위의 디퓨저까지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교적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대 청소년들이 가상현실 속 교회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대면 만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일상을 나누고, ‘메타버스’ 안에 마련된 교회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이러한 메타버스 속 교회에 대해 IBA(International BAM Alliance) 사무총장 이다니엘 목사는 “메타버스는 ‘인터넷 기술의 도약이 낳은 온라인의 확장공간으로 결국 자본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교적 공간으로서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선교단체와 교회들이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이러한 인식이 크게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10대 청소년에게 복음을 전하기는커녕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라면서 “그런 다음세대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이곳에 모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교의 장으로 선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게더타운’

물론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공간 속 교회가 갖는 한계도 분명 있다. 가상에서의 예배와 만남이 현실 세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선교적 기대 역시 허상에 그칠 수 있기 때문.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 가상공간의 취약점을 보완한 플랫폼 중의 하나가 ‘게더타운’(Gather Town)이다. 

게더타운은 가상공간의 아바타가 만나면 화상채팅을 통해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화상회의를 통해 초대한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문서를 주고받거나 PC화면 공유 등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기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박성민 목사)는 ‘게더타운’을 활용해 지난 6월 여름수련회를 열었으며, 7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링크를 통해 게더타운에 만들어진 CCC 여름수련회 공간에 들어가 보았다. 게더타운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 접속하자 아바타를 고르고, 화상 캠과 음성보이스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한다. 게더타운의 재미있는 기능 중 하나는 ‘X’ 기능이다.

게더타운에 조성된 2021년 CCC 온라인 여름수련회 모습.
게더타운에 조성된 2021년 CCC 온라인 여름수련회 모습.

개발자가 설정해 놓은 사물에 가까이 가 ‘X’ 버튼을 누르면 그 안에 삽입된 영상이나 메시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아바타를 설정해 접속하면 여름수련회 영상과 사용법이 적힌 알림판이 있고, 우측에는 에스컬레이터 승강장이 보인다. 안내영상을 확인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들어가면 여름수련회 포스터가 크게 부착된 큰 정원이 등장한다. 아바타는 키보드의 방향키를 눌러 이동할 수 있다. 방향키로 아바타를 옮겨 정원을 둘러보니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각 지역끼리 모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돗자리 그림으로 구성됐고, CCC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상 및 사진 자료가 준비돼 있다. 정원 좌측에 마련된 연회장에는 음식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길목에는 게더타운에 방문한 회원들이 방명록을 남길 수 있는 담벼락도 마련돼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전국에 모인 회원들을 만나 관심사에 따른 주제로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공간을 둘러보다가 처음 CCC 수련회를 참여하게 된 한 신입생을 만났다. 채팅을 통해 대화를 걸자 현실 세계 속 첫 만남이라면 어려웠을 법한 대화도 이 공간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뤄졌다. 자신을 평택지구 CCC 21학번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첫 수련회가 온라인이라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현장감을 살려 마련해 놓은 공간에서 말씀도 듣고 큰 은혜를 받았다”고 전했다. 

‘메타버스 교회학교’의 저자 김현철 목사(꿈이있는미래 소장)는 “이제 다음세대는 메타버스 안에서 공부하고, 교제하며, 창작활동을 할 것”이라면서 “이제 메타버스 안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팬데믹과 함께 교회학교가 이미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왔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메타버스’를 복음 전파를 위한 선교적 공간과 교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다음세대 선교를 위해서도 메타버스는 효과적인 플랫폼이지만, 올바른 신학적 정립 없이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다니엘 목사는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메타버스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면서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기보다 사역의 확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신학적 정립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메타버스를 어떻게 사역의 장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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