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름다운 때, 하나님의 가르침 기억하고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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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때, 하나님의 가르침 기억하고 지켜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7.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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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전 12:1)

인생은 덧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전도서는 우리에게 일상을 즐거워하고 가족과 생업을 감사할 뿐 아니라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겁게 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빛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라 눈으로 해를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로다 사람이 여러 해를 살면 항상 즐거워할지로다”(전 11:7~8상) 이제 전도자의 어조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게 들립니다.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네 청년의 날들을 마음에 기뻐하여 마음에 원하는 길들과 네 눈이 보는 대로 행하라”(12:9상) 해 아래에 가득한 불의와 부조리도, 영원을 사모하지만 오늘을 알지 못하는 인생의 한계성도 이제 다 잊고 눈앞의 즐거움에 몰두하라는 뜻일까요?

마치 그러한 의문을 예상했다는 듯 스승의 가르침에는 ‘그러나’가 붙습니다. “그러나 캄캄한 날들이 많으리니 그 날들을 생각할지어다 다가올 일은 다 헛되도다”(11:8하) “그러나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11:9하) 바로 이 ‘그러나’에 지혜의 오묘함이 담겨있습니다. 해 아래 사는 날들을 즐기십시오. 그러나 캄캄한 날들도 마음에 두어야 합니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가십시오. 그러나 하나님을 의식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이 지혜로운 삶은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가 하루라도 더 젊은 오늘을 위한 것입니다. “어릴 때와 검은 머리의 시절이 다 덧없다(헤벨)”(11:10) 어떤 이들은 전도서에서 허무주의를, 다른 이들은 쾌락주의를 지지하는 말들을 골라냅니다만, 전도서에 흐르는 “이러하니… 그러나”의 긴장을 제대로 이해한 독자는 전도서가 신앙의 현실주의를 가르친다고 동의할 것입니다. 금욕주의도 쾌락주의도 하나님을 뒷전에 둔다면 어리석은 선택지가 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절제의 아름다움 역시 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신(3:11)”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특권입니다.

그런 뜻에서 12장 1~7절은 전도서의 가르침을 참으로 적절하게 마무리해줍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전도자는 늙고 약해져 죽음으로 가까이 가는 인생 행로를 다양한 비유로 표현합니다.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2절), 은 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지고 바퀴가 우물 위에서 깨지는 과정이 그것입니다(6절). 죽은 이를 기리는 장례식과 장례 행렬의 묘사도 보태집니다(3~5절). 문들이 닫히고 맷돌 소리가 멎고, 새소리에 잠이 깨고 음악하는 여인들이 쇠락하며, 높은 곳을 두려워하고 살구나무에 꽃이 피고, 메뚜기도 짐이 된다는 묘사들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든지, 이 구절 전체는 사람이 늙고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 창조 장면의 역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아담)은 본래 흙(아다마)에서 온 존재입니다. 흙에 불과한 인간에게 하나님의 영을 불어넣으셨을 때 비로소 산 영이 되었습니다(창 2:7). 인간은 그를 지으신 창조주를 의식할 때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씀입니다. 흥미롭게도 전도서 12:1의 “너의 창조주”는 히브리어로 보레카인데, 고대 역본들 중 일부는 보레카 대신 보르카 즉 “너의 무덤”을 암시하는 번역의 전통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두 가지 독법을 중의적으로 읽을 때 전도서의 가르침을 온전히 마음에 새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여, 죽기 전에 그대의 무덤을 기억하라. 그 무덤을 넘어 만나게 될 그대의 창조주를 기억하라”라고 말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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