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걸림돌은 ‘시간’과 ‘이단’…방법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상태바
최대 걸림돌은 ‘시간’과 ‘이단’…방법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19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중기획 //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 (중)하나 됨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

9월 장로교단 총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교계, “시간이 부족하다”

한기총 이단문제 해결은 결국 건강한 교단의 내부 장악에 달려

지난 1월 열린 한국교회총연합 신년 기자간담회 모습. 이 자리에서 소강석 목사는 “연내에 연합단체 통합과 관련한 중대 이슈가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1월 열린 한국교회총연합 신년 기자간담회 모습. 이 자리에서 소강석 목사는 “연내에 연합단체 통합과 관련한 중대 이슈가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현재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통합 논의를 주도하는 인물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교회총연합 공동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다. 소 목사는 지난 1월 한교총 주관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에서 “내 직을 걸겠다”면서 “연말까지 연합운동에 대한 중요한 이슈가 있을 것”이라고 깜짝 발언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소 목사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한교총을 중심으로 한기총·한교연 등 여타 연합기관과의 통합을 주장해 왔다. 통합에 대해 강력한 의지야말로 하나 됨의 필수요소라고 볼 때, 소 목사와 소 목사가 대표로 있는 한교총은 현 통합 논의의 구심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소 목사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연내에 굵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시간이다. 아직 연합기관 정기총회가 12~1월에 열리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계의 타임라인이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점을 고려하면 큰 틀의 합의까지 두 달밖에 시간이 없다.

교계 상황에 밝은 한 인사는 “성결교단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5월에 총회가 끝났고 장로교단은 9월에 총회를 연다. 통합 논의를 하려면 각 교단이 총회 또는 실행위에서 결의를 해줘야 하는데, 그럴 단계가 다 지나버렸다”며 “사실상 장로교단들의 입김이 연합기관 통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당장 한교총만 해도 공식적인 임시총회라도 열어서 통합의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야 하는데 관련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소 목사가 총회장에서 물러나면 지금과 같은 리더십을 교단 내에서 발휘하기 어렵다. 한교총 역시 12월 총회에서 지도부를 교체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소 목사가 지금처럼 통합 관련 작업을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결과를 떠나서 소강석 목사가 보수 연합기관의 하나 됨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왔다. 그것만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소강석 목사는 자신이 속한 예장 합동에 먼저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이다. 연합기관의 통합관련 안건을 다루는 실행위를 소집한 것. 19일 열린 예장 합동 실행위원회에서는 소강석 총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는 일에 교단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연합이라는 대명제를 이루기 위해 소강석 총회장에게 사실상 통합의 전권을 위임한 셈이다. 일단 통합 파트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될 전망이다.

스스로 생존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송태섭 목사)은 한교총과의 통합에 큰 관심이 없다. 대신 임시대표 체제로 법원의 관리를 받는 한기총이 현재로서는 절차적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한기총이라는 이름이 주는 여전한 상징성(교계를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기독교 대표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명칭), 임시 대표가 떠나고 교계 인사가 대표회장을 맡았을 때 예측할 수 없는 한기총의 행보 등을 고려할 경우 무주공산 상태의 한기총을 서둘러 개혁하거나 통합함으로써 교계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교단 규모에 따라 한기총 총대 수가 배정되는 만큼, 만약 합동이 복귀만 한다면 현재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한기총 내 이단 문제에서 합동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정리’에 나설 수도 있다.

 

임시 대표회장 있을 때 한기총 문제 해결 적기

한기총, 통합에는 공감... 절차적 정의는 중요

 

합동 내부에서는 한기총 내 이단 문제가 먼저 정리되지 않으면 복귀는 가당치도 않다는 여론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한기총 관계자는 “과거 통합 논의가 있을 때마다 이단에 대해서는 ‘선통합 후조치’로 결론이 났다. 그 이유는 외부에서 아무리 이단 문제를 해결하라고 아우성을 쳐도 이 문제를 결정할 내부 구성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라며 “과거 한기총 창립에 이바지를 했던 대형 교단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문제 해결이 뛰어들지 않는 이상, 이단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통합 논의만 해도 한기총은 현재 임원이 누구인지, 실행위원이 누구인지도 불명확한 상태다. 당 대 당 통합을 하든 흡수를 하든 한기총 자체적인 결의를 끌어낼 단위가 있어야 할 것 아니겠느냐”며 “하루빨리 한기총이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이 보수 연합기관 통합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시총회 개최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한기총이 차기 대표회장 선출 없이 내년 1월 정기총회에서 곧바로 한교총과의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 대표회장 선출을 위해 후보자들로부터 1억 5천만원의 등록금을 받고 나면 연합단체 통합보다는 기득권을 가지고 대표회장 임기를 채우는 쪽으로 단체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기총 임시 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는 이같은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기총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의사다. 회원들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회원들이 통합을 원한다면 통합의 길로, 새 대표 선출을 원한다면 새 대표 선출을 위해 모든 절차에 하자가 없도록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통합까지는 각 연합기관이 가진 법인의 정리 문제, 그동안 쌓인 기관별 부채와 직원 승계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소강석 목사는 “지혜를 모으면 못할 것도 없다”며 “세 개의 법인체를 다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재정 문제도 제가 섬기는 교회를 비롯한 연합기관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는 교회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직원 문제 역시 수용하여 연합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다만 통합에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몇몇 교단이 한기총에 복귀하여 후일을 도모하는 형태가 될 때는 임시 대표회장 퇴장 후 다시 법정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을 못할 바에는 성급한 복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법인 이사장이자 공동대표회장인 소 목사의 의지와 관계없이, 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한교총 내부에서도 통합 과정과 이후 운영에 대해 하나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또 하나의 숙제다. 특히 하나가 된 연합기관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를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 기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32년의 역사를 계승하는 차원에서도 한기총 이름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이후에 한기총 이름을 사용할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기총의 이름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교총 총무 변창배 목사는 “한기총은 이미 용도 폐기된 명칭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한기총으로의 회귀는 역사를 거스르는 것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변 목사는 또 “연합이 또 다른 갈등을 조장하고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면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제가 속한 예장 통합은 이 부분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