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다고 해서 게을러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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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다고 해서 게을러서는 안 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7.1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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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 “구름만 바라보는 자는 거두지 못하리라”(전 11:4)

전도서 11:1은 자선사업, 11:2은 분산투자를 권하는 지혜의 권면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 줄지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11:1~2)

어려운 이를 도울 때는 투자 회수를 기대하지 말고 도와주라. 전 재산을 한 종목에 올인하지 말고 위험을 분산시켜라… 충분히 지혜로운 말이고 충분히 ‘성경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이 구절의 뜻일까요?

지혜의 가르침은 상징과 비유뿐 아니라 종종 역설의 옷을 입고 우리를 찾아옵니다. 물 위에 던진 떡은 물고기 밥이 될 뿐,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러 날 후에 도로 찾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재산이든 무엇이든 일곱 명 여덟 명에게 나눠준 곳에 나눠주는 것이 과연 재앙에 대비하는 방책이 될까요?

독자는 계속해서 현란한 비유의 미로를 걷습니다: “구름에 비가 가득하면 땅에 쏟아지며 나무가 남으로나 북으로나 쓰러지면 그 쓰러진 곳에 그냥 있으리라”(3절) 세상 돌아가는 일에 우리가 간섭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라는 말로 들리는데, 지혜로운 말을 듣고 형통하기 원하는 독자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 말일까요. 결국 우리는 전도서에서 여러번 반복했던 주제로 돌아옵니다: “바람의 길이 어떠함과 아이 밴 자의 태에서 뼈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네가 알지 못함 같이 만사를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5절)

만사를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무지하고 연약합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지혜이고 명철입니다. 그래서 지혜의 권면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잠 9:10)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5~6)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시니라”(잠 16:9) 

전도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 하나님의 섭리와 신비, 불가해성, 인간의 존엄성과 무상함을 모두 담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전도서 11장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와 신비 하에서도 인간의 판단과 결단,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자원들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우리 인생이 하나님의 손에 있다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인생 행보를 더 담대히 택할 수 있습니다.

전도자는 세상만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심중을 헤아릴 길 없으니 매사에 신중해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풍세를 살펴보는 자는 파종하지 못할 것이요 구름만 바라보는 자는 거두지 못하리라”(4절), 그리고 “너는 아침에 씨를 뿌리고 저녁에도 손을 놓지 말라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 알지 못함이니라”(6절)라는 이 두 가르침 사이에 “만사를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5절)가 있습니다.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사람은 게으름이나 무력함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인생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해 아래” 세상은 불의와 모순이 많지만, 오늘 하루가 은혜의 선물이라는 것을 이해한 사람은 “빛은 실로 아름다운 것이라 눈으로 해를 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로다”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7절)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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