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가대 비수기…맘껏 찬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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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성가대 비수기…맘껏 찬양하고 싶어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12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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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⑱‘찬양을 부탁해’ 성가대원

여럿이 합을 맞추며 느끼는 ‘짜릿함’ 그리워

소프라노 가운데서도 고음을 당당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한승하 씨. 한 씨는 주일에는 교회 성가대원으로 섬기고 있다.
소프라노 가운데서도 고음을 당당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한승하 씨. 한 씨는 주일에는 교회 성가대원으로 섬기고 있다.

성악 전공자로 이탈리아 유학까지 다녀온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한승하 씨.(염광교회) 어린이 성가대부터 성인 성가대까지 그의 신앙생활은 늘 찬양과 함께였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성가대 찬양을 부르고 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졸린 눈꺼풀을 부여잡느라 애를 먹은 어린 시절의 기억도 생생하다.

교회 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며 자신의 달란트를 깨달았고, 이를 토대로 성악의 길에 접어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주변에 보니 성악 전공자 대부분이 ‘교회 성가대 출신’임을 보며 새삼 교회가 한국 성악계의 ‘인재창고’가 되어주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학 후 결혼하기 전까지 한 씨는 전문 성악가로서 여러 교회의 유급 솔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일 5부 예배 성가대의 일원으로 소프라노 파트를 맡아 묵묵히 섬기고 있다.

같은 예배 음악이지만,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녀 스스로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고, 주목도도 분명 떨어진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내면에 차고 넘치는 은혜와 감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하는 찬양이기 때문에, 그 자리가 어디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솔리스트가 아닌 성가대원이 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육아였다. 목회자인 남편이 주일이면 교회 사역에 매진해야 하는 까닭에 자신마저 외부에서 활동할 경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가대원으로 아이들과 같은 교회에 출석하면, 같은 시간에 각자가 속한 부서의 예배를 드릴 수 있기에 활동에 큰 지장이 없었다.

평생을 찬양하며 살았지만 매주 성가대로 설 때마다 짜릿한 기쁨을 느낀다. 소프라노 가운데서도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자신만 아는 기쁨도 크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똑같이 높은 음을 내지만, 마음가짐은 더욱 겸손해진다.

한 씨는 하루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찬양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 씨는 하루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찬양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어릴 때는 교만과 영성 사이를 오가며 잘난 척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높은음을 자신 있게 지르곤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런 음악은 하나님 앞에서도, 성악 발성으로도 좋지 않았을 겁니다. 자기 잘난 맛에 한 거죠. 음악이 좋고, 바라봐 주는 사람도 많으니까.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오랫동안 한곳에서 전문적으로 하다 보면, 벼가 익듯이 다 고쳐지더라고요. 지금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찬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전문가들만 모인 집단에서 노래를 부를 때와 달리 성가대에서 찬양할 때는 분명 차이가 있다. 특히 한 씨가 속한 성가대는 발성이나 노래에 집중하기보다 말씀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갈증도 존재한다.

“지금 우리 성가대 지휘자 목사님은 가사와 그 안에서 나오는 은혜에 집중할 것을 주로 주문하시는 스타일이셔요. 음악적으로 더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싶은 순간도 더러 있어요. 그런데 가사에서 오는 기쁨을 매주 경험하다 보니,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찬양은 기술만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더욱 확신하게 됐죠.”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로 성가대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소리를 가로막는 마스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성가대 구성도 절반으로 줄었고, 솔리스트들이 마이크를 들고 빈 소리를 채우고 있다. 아예 특송으로 순서를 대신하는 날도 많다. 한 씨는 이 시간을 ‘성가대의 비수기’라고 표현하면서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예전처럼 마음껏 찬양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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