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나의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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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나의 아픈 손가락
  • 이승수 목사
  • 승인 2021.07.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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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목사 / 아산 양문교회 담임
이승수 목사.
이승수 목사.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그래도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어느 자식하나 소중하지 않은 자식 없고, 어느 자식 하나 안 아픈 자식이 있겠는가? 그러나 더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도 있다. 

미국 제 46대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은 모범적인 큰 아들 보 바이든과 달리 여성들과 온전하지 못한 사생활로 지탄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고 재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아버지 대통령 선거에 네거티브 소재를 제공한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을 ‘나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했다. 방황하면서 흔들리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슈 미술관에 가면 많은 사람이 네덜란드 작가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 앞에 모여서 그림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그림은 성경 누가복음 15:11~32의 성경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나가 방탕하게 살면서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아버지에게로 돌아와서 용서를 구하는 둘째 아들의 모습과 그런 아들을 관용하고 사랑으로 안아주는 아버지의 자비를 표현한 말씀이다. 방탕하게 살다 돌아온 탕자는 아버지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아버지를 떠나 나름대로 멋지게 살아 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돌아온 탕자를 안아주고 용서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필자의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친구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고 그의 3남 2녀는 모두 모범적이고 열심히 공부했다. 자녀들은 교장선생님이신 아버지에게 기쁨이고 자랑이었다. 그 중 한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방황하며 고등학교를 중퇴한다. 교장선생님이신 아버지는 그 아들로 인해 부끄러워하며 많이 괴로워하셨다. 아버지는 긴 시간을 방황하던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아주어야 방황을 끝내고 학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난 너로 인해 아버지가 되었구나. 모든 자식이 잘 커주고 모범적으로 공부하며 성장할 때 나는 자식들은 알아서 당연히 잘 커주는 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자식의 일로 인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너로 인해 나는 깊이 고민하고, 너의 아픔과 방황을 이해했고, 그러면서 내가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넌 나의 아픈 손가락이지만 아픈 손가락으로 인해 나는 아버지가 되었구나.”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그때부터 방황을 끝내고 성실히 꿈을 찾아 미생물학 박사가 되었다. 자신의 아픈 손가락을 만져주며 안아준 아버지의 사랑 덕분이었다.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목회하는 목양의 현장인 교회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우리 이웃과 주변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그 아픈 손가락을 안아주고 용서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품고 우리도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같이 아파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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