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서 춤추는 글로벌리더 육성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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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서 춤추는 글로벌리더 육성이 꿈”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7.06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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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인사이더(23) 백석예술대 공연예술학부 문병순 교수

‘비보잉(B-boying)’을 떠올리면 멋들어진 옷을 입고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추는 모습이 쉽게 연상된다. 그런 ‘비보잉’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대학교 강단 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은 조금 낯설다. 하지만 실용댄스를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다양한 예술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지식과 함께 사회성을 함양하기 위한 전문교육이 필수적이다.

올해 초 백석예술대학교(총장:윤미란)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수로 초빙된 문병순 교수(36)는 ‘다크호스(DARKHORSE)’라는 예명을 가진 현역 비보이로 스트릿댄스계에서는 이미 ‘핫’한 유명인사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힙스터’의 상징이거나, 일부 춤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보잉’이 이제는 대학의 전문교육과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과거에는 실용댄스학원을 통해 배웠던 과정이 이제는 예술고등학교나 예술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수로 초빙된 문병순 교수
올해 초 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수로 초빙된 문병순 교수

백석예술대학교에는 지난해에 공연예술학부 실용댄스학과가 신설됐다. ‘케이팝’(K-POP)의 인기에 힘입어 실용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과 소통하면서 예술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흐름에서다.

지난달 10일 백석예술대 교수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한쪽 발에 깁스를 한 모습이었다. “지난주 학생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조금 무리를 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보이는 그는 크고 작은 부상에 이미 익숙한 모습이었다. 문 교수는 학생들에게 실용댄스를 가르칠 뿐 아니라, 지난 2019년에는 국제힙합연맹 힙합 인터내셔널 월드파이널 세계대회인 ‘더 캔 스위프트 어워드(THE KEN SWIFT AWARD)’에 출전해 1등을 할 정도로 현역 비보이로도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The Battle(더배틀)’에 출전해 비보이 배틀, 퍼포먼스 우승 2관왕을 수상했으며, 프랑스에서 열린 ‘UNVSTI EVENT’ 국가대항전 초청 댄스배틀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역 비보이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그가 교육자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문 교수는 “중학교 시절, 힙합 만화책을 보면서 춤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러다 우연히 청소년수련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는데 너무 보람도 컸고 재미가 있었다. 그때 일을 계기로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양성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학원에서만 배울 수 있던 실용댄스가 2014년을 기점으로 대학교의 전문교육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이때부터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으며, 꾸준히 댄스팀 프로활동을 이어가면서 세종대학교 대학원 무용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임용 전까지 그는 춤에 소질이 있는 어린이들을 키워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엘리트교육’을 시키고자 했다. 2013년 비보이 배틀과 관련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면서 키즈교육에 대한 비전을 꿈꾸게 된 것. 이후 그는 일본, 중국, 캐나다 등을 다니면서 특강을 펼치며 ‘스트릿댄스’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나눴다.

“개인적으로 예술고 학생, 대학생, 대학원생을 주로 강의했는데, 대학생들은 성인이다 보니 소통과 교육에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키즈교육은 가장 어렵다고 하는 분야로 여기에 도전한 것이 교육자로 입지를 다진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가 교육을 시작한 초창기에만 해도 스트릿댄스를 단순히 취미생활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실용댄스가 대표적인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인정받을 만큼 유망한 분야가 됐다.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 힙합댄스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브레이크댄스(비보이)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2022년에는 문체부 이름으로 ‘힙합댄스지도자 자격증’이 나올 만큼 분야의 전문성과 확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2020년에 신설된 백석예술대학교 실용댄스전공은 2021학년도 신입생 전형에서 실용댄스 부문 전국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겸임교수로 백석대에 부임한 문 교수는 “실용댄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백석예술대가 우수한 교수진을 바탕으로 서울 중심지에 있다 보니 학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보잉을 포함해 한국 댄스대회의 수준은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그가 꿈꾸는 것은 백석예술대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실용댄스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서는 실용댄스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를 잡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춤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인성을 갖춘 한 사람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합니다.”

올해 초 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수로 초빙된 문병순 교수
올해 초 백석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수로 초빙된 문병순 교수

흔히 교수라는 직함을 떠올리면, 강단에서 다소 경직된 모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앞선다. 하지만 그는 춤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하면서 그들의 가슴에 꿈을 새겨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

“보통 대학교수를 떠올리면 학생들이 대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저는 필드에서 비보이로도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직접 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청소년 시절 ‘스트릿댄스’를 시작한 그는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교회 출석과 믿음 생활은 그에게 있어 큰 위로가 됐다.

“청년 시절, 교회 소모임을 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춤을 배우고 싶어 저를 따라 교회까지 쫓아온 어린 친구들이 교회에 꾸준히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잠시 신앙의 열정이 사그라든 상황에서 기독교 학교인 백석대학에 오게 된 것은 저를 사용하기 위한 하나님의 큰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는 비보잉을 포함해 실용댄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조금 더 확장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문화를 먹고 산다는 것이 문화를 통해 돈을 번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문화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들이 보다 친숙하게 실용댄스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우리 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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