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설교] 덜 미안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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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설교] 덜 미안한 목사
  • 이우종 목사
  • 승인 2021.07.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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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종 목사/성광교회 담임

| 고린도전서 4:1~2

오래전 설경구 씨가 검사역으로 주인공을 맡은 공공의 적2편 강철중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사학 비리를 저지른 범인을 정치권의 비호로 잡지를 못합니다. 그 때 설경구 씨가 지검장 앞에서 쳤던 대사가 이렇습니다. “이렇게 구린내 풀풀 나는 놈 못 잡으면 검사 안합니다. 쪽팔려서요” 그 때 그 말을 들은 지검장이 자기 직을 내 걸고 수사를 진행하라 하면서 한 말이 너무 근사했습니다. “일선 검사 쪽팔리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비리에 연루된 당 부총재를 소환까지 하게 됩니다.

목사가… 최소한 성도 앞에서 쪽팔리면 안 되잖아요.

어느 주일 저녁예배 때, 설교 하려는데 성도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생각에 준비한 설교 해봐야 안 들어가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선물 드린다하면서 성도들은 짧은 설교를 좋아하니 설교를 빨리 끝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예배를 끝냈는데 권사 한 분이 저에게 “목사님 성도는 짧은 설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은혜스러운 설교를 좋아해요. 은혜스러우면 한 시간도 짧아요”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운지요.

저희 교회는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많은 교회를 지나서 오게 되는데, 최소한 나를 택한 성도들이 목사 자랑은 못 해도, 나를 선택한 것이 억울하면 안 되잖아요. 그 많은 교회를 지나쳐 여기까지 오는데 큰 유익은 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손해가 되면 안 되잖아요. 그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성도에게 덜 미안한 목사가 되려고 나름 최선을 다해 노력 하는 중입니다.

제 주변을 돌아보면 목사가 너무 바쁜 거예요, 저마다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요.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하나님을 위해서는 아닌 것 같아요. 하나님을 위해서라고 우기면 합리화는 돼요. 목사가 뭐 딴 짓하고 돌아다니겠어요? 우기면 주를 위한 게 돼요. 그런데 아무리 우겨도 안 되는 건, 제 바쁨을 돌아보니 성도들을 위해서는 아닌 게 분명해요. 최소한 날 택하고, 내가 섬기는 교회를 택한,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내 성도에게만큼은 쪽팔린 목사, 미안한 목사가 되면 안 되지 않을까요?

목사가 된 우리는 누가 뭐라 해도 그리스도의 일꾼 됨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임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그런 우리에게, 맡기신 분이 구하는 충성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충성스러운 일꾼인가?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힘든 시간들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이 광야와 같은 시간들을 지나며, 내가 지금 목사로서 제대로 가고 있는가? 부흥과 성장이 아닌 내 신앙과 사역의 방향을 점검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제 간절한 바램이 있습니다. 제 사역의 끝에서, 내게 맡겨주신 성도들에게 덜 미안한 목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한 목사, 그런 목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부르신 부름에 합당한 열매를 근사하게 맺어가기 위해 충성을 다하는 목사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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