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적? 알고 보면 섬세한 악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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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적? 알고 보면 섬세한 악기에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7.0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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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⑰ 찬양의 다이내믹 책임지는 ‘드러머’

틀리면 그대로 티 나는 드럼…연습과 집중이 관건

지난 주일도 이주안 씨는 어김없이 교회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지난 주일도 이주안 씨는 어김없이 교회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올해로 34살인 교회 청년 이주안 씨. 이 씨는 10대 시절부터 교회 찬양팀을 두루 거치면서 여러 악기를 섭렵했다. 피아노부터 기타, 베이스기타까지 찬양팀에서 필요한 자리라면 가리지 않고 섰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머’로 굳히게 된 건 대학 진학 이후부터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채플 찬양팀에 들어가게 됐는데 마침 드럼 주자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일천한 실력이었지만 필요한 자리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기초부터 탄탄히 연습하기 시작했다. 금요일에 채플이 있으면 ‘콘티’가 나오는 화요일부터 하루에 5시간씩 악기와 씨름했다. 

이후 다른 기회가 있을 때도 이 씨는 피아노나 기타가 아닌 ‘드럼’을 택했다. 일단 치는 재미가 있었고, 역동감을 담당하는 악기로써 팀을 이끌어 가는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교회 음악에서 먼저 확보해야 하는 악기를 꼽는다면 피아노 다음은 드럼이 아닐까요. 틀리면 확 티가 나는 악기인 만큼 부담도 크지만, 매력도 상당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드럼’ 하면 남성적인 악기로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이 씨는 “완전히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강조한다. 특정 장르에서 ‘파워’나 ‘박력’에 중점을 둘 때도 있지만, 이런 ‘힘’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승전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씨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고 나가지 않는 절제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교회 음악은 더욱 그렇죠. 예배로서, 내가 연주할 때 회중의 반응, 팀의 반응, 인도자의 반응까지 세세하게 잘 봐야 하고, 치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폭발력이 나오려면 조용하고 잔잔한 것도 잘 칠 줄 알아야 해요.”

기억에 남는 실수담은 웃음을 자아냈다. 

“연주 중에 스틱을 날리는 실수는 워낙 빈번해서 이제는 당황하지도 않아요. 발로 킥을 밟으면서 한 손으로 리듬을 소화하죠. 진짜 식은땀이 났던 건, 제법 큰 집회였는데, 느린 곡을 연주할 차례에 제가 콘티를 헷갈려서 혼자 빠른 리듬으로 시작해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가 됐어요. 그러면 민망한 표정으로 리더와 아이컨텍을 하고 ‘다시 할게요’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드럼 부스 안에서 드럼연주자들은 마스크까지 끼려니 곤욕스럽다. 이 씨는 “아무래도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드럼연주자들에게는 선풍기가 필수”라며 “드럼연주자들에게 땀 냄새가 나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모든 찬양팀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동체를 이뤄서 함께함이 찬양팀의 묘미 아니겠어요? 의견의 충돌, 실력의 높고 낮음으로 인해 미묘한 긴장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찬양팀도 하나의 교회로서 서로 덮어주고 이해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부어주신다고 믿어요. 은혜의 통로로서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회중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연주도 좋아질 거라 믿습니다. 그게 바로 단순히 세상의 밴드 악기연주와 다른 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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