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단기선교 못 간다고요? 온라인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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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단기선교 못 간다고요? 온라인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6.2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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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이어진 온라인 단기선교, 올해는 오프라인 70% 수준 파송
시간과 공간의 한계 넘어 가능성 발견…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한국의 모든 대학교가 4년 동안 신입생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고 사회로 배출되는 고급인력도 뚝 끊기겠죠. 단기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시대라고 해서 단기선교를 올스톱한다면 곧 장기선교사 배출은 급격히 감소하고 말겁니다.”

올해 초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함께 한국 선교사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선교사를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진 터라 지난해보다 약 6천 명 감소된 수치로 발표됐다. 사라진 6천 명을 두고 문제제기와 해명, 그리고 분석들이 오갔다.

이렇듯 선교사 수 감소를 두고는 민감한 반응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단기선교는 어떨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단기선교가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고 올해 역시 요원한 상황이지만 우려의 시선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해외선교팀장 김장생 간사는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중단 사태에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를 보냈다.

김 간사는 “CCC2018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1년간 해외에서 사역하는 스틴트프로그램 지원자 중 96%가 단기선교 유경험자였다. 장기 선교사 대상 통계에서는 선교사들이 전임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 평균 5.9회의 단기선교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볼 때 단기선교는 중장기 선교사를 리크루트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즉 단기선교가 멈추면 장기 선교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CCC에서는 매년 약 2천 명의 학생들이 단기선교를 떠난다. 지난해 해외로 가는 길이 막히자 CCC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역사상 처음으로 도전한 온라인 단기선교. 어떤 열매가 있었을까. 지난 17일 한국CCC 본부에서 해외선교팀 김장생 간사, 김수용 간사, 김영주 간사를 만났다.

CCC에서 진행한 필리핀 온라인 단기선교 모습.
CCC에서 진행한 필리핀 온라인 단기선교 모습.

 

새로운 가능성 열어준 온라인

단기선교가 멈추면 선교도 멈출 수 있다. 그런 절박함에서 시도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국내 캠퍼스 사역조차도 처음 겪는 비대면 사역에 적응하느라 헤매고 있던 상황. 용기있는 도전자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당시 코로나19의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대구지구에서 먼저 온라인 단기선교에 뛰어들겠다고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과 춘천 등 7개 지구에서 15개 단기선교팀이 꾸려졌다. 온라인이라는 미지의 선교지를 향하는 선봉대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장생 간사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열매들을 거둘 수 있었다. 기존에 CCC가 활동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성과도 거뒀다면서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26개 지구에서 74개 팀이 온라인 단기선교에 참여한다. 파송인원수로만 봐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때의 70%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가장 큰 성과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선교도구를 발견하게 됐다는 점이다. 해외로 직접 떠나는 단기선교의 경우 현지에 머무는 2주간 모든 일정을 집중해야 했다. 현지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부터 관계가 깊어지고 행사에 초대해 말씀을 전하는 것까지의 과정을 단기선교 기간 내 모두 마무리 지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은 다르다. CCC 온라인 단기선교팀은 본격적인 단기선교가 이뤄지는 여름방학 전부터 학기 중 여유시간을 활용해 현지 친구들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갔다. 단기선교 기간 중에는 계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복음을 전했다. 단기선교가 끝난 후에도 연락과 돌봄은 계속 이어졌다. 모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발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교에 참가할 수 있는 학생도 늘었다. 한국CCC에서 진행하는 A6 프로젝트는 짧게는 3, 길게는 5개월에 걸쳐 선교지 캠퍼스를 개척하고 제자를 세우는 단기선교 프로그램이다. 수 개월 동안 진행되는 탓에 A6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휴학을 한 학생들로 한정됐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학기 중에 있는 학생들도 학업을 병행하면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재정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필리핀 온라인 A6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영주 간사는 “A6는 보통 8백만 원 정도의 재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는 분명 부담이 큰 금액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등록금이 20만 원으로 줄었다. 20만 원으로 현지에 선물과 티셔츠를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였다면 직접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이른바 보안국가라 할지라도 온라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수용 간사는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현지에 가도 직접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단기선교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한국어교실로 현지 학생들을 만났고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생각지도 못한 열매도 있었다. 네팔을 목표로 진행한 온라인 단기선교에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주변 지역 학생들도 연결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영어권 지역을 목표로 한 단기선교에서는 미주와 유럽 등 여러 대륙의 학생들이 함께 모이기도 했다. 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순간이었다.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김수용 간사는 선교지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다. 현지 시스템이 무너져 생존에 급급한 지역도 있다. 온라인 단기선교를 진행하려면 인터넷 환경이 받쳐줘야 하는데 시스템이 열악해 진행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현지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현지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온라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거리가 먼 지역은 시차로 인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온라인 단기선교를 위해 제작한 SNS 광고. 광고를 보고 모여든 사람들과 모임을 진행하고 복음을 전했다.
온라인 단기선교를 위해 제작한 SNS 광고. 광고를 보고 모여든 사람들과 모임을 진행하고 복음을 전했다.

 

중요한 것은 선교 모멘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사역엔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장생 간사는 현장에 머물지 않아도 되는 만큼 프로그램 진행 기간이 다양해졌을 뿐, 기존 단기선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는 비전트립이다. 비전트립은 선교지에 대한 정보제공과 현지 선교에 대한 이해 강화가 주요 목적이다. 현지 사역을 돕기보다는 학생 참가자들을 훈련시키고 선교가 무엇인지 이해를 돕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현지에 있는 선교사와 연결해 현지 상황을 듣고 기도하면서 간단하게 현지 언어를 배우고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간은 1주일 정도가 적절하고 준비기간도 매우 짧다.

강화사역은 일반적인 단기선교의 온라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CCC에서 진행한 온라인 단기선교의 80%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현지 사역자 및 CCC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모임을 진행하며 복음을 전한다. 다만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만큼 일명 바디 랭귀지는 활용하기 어렵다. 참가하는 학생들의 기초 언어 구사 능력은 필요하다.

아직 공동체가 세워지지 않은 곳에 제자를 세우는 개척사역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맨 땅에서 시작해 현지 리더를 세워야 하기에 1~6개월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CCC는 지난해 7~8월 우루과이에 온라인 단기선교로 캠퍼스 사역을 개척했고, 올해 3~5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척사역을 진행했다.

현지에 조력자들이 없다고 해도 겁먹을 필요는 없다. CCC 우루과이 단기선교팀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해시태그로 사람들을 모았고 현지 교회 홈페이지와 학교 홈페이지에 광고해 70여 명의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중 11명이 최종적으로 순모임까지 연결돼 현지 리더로 세워지는 열매를 맺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온라인 단기선교는 아직도 많은 교회와 단체들에 미지의 영역이다. 올해 여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음에도 여름 사역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곳도 많다. 온라인 단기선교의 선구자 역할을 맡고 있는 CCC 해외선교팀은 온라인 단기선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단 2가지 키워드를 전했다. ‘빨리’, 그리고 당장이다.

김수용 간사는 교회가, 단체가 어렵다고 무엇을 갖추고 난 뒤 시작하려고 하면 늦다.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신다. 파송한 현지 선교사와 연결해 온라인 기도모임이라도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게 더 발전되면 온라인 비전트립으로, 또 사역지와 교회 환경에 맞춰 할 수 있는 온라인 사역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태까지의 선교는 한국에 있는 교회가 주도적으로 수혜를 베푸는 것이었다면 온라인은 현지 선교사들의 필요에 귀를 기울여 현지 환경에 맞춰야 한다. 생각보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조언했다.

김장생 간사도 제일 중요한 것은 모멘텀이다. 선교사가 줄었다고 하면 충격을 받지만 단기선교에는 반응이 적다. 하지만 단기선교를 쉬어버리면 중장기 선교에 분명한 여파가 온다면서 무조건 빨리하라고 권하고 싶다. 온라인 비전트립은 1주일만 있어도 기획할 수 있다.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다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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