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서 선언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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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에서 선언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06.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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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⑤ ‘신앙의 자유’

“국가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성애 옹호 법, 신앙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
서헌제 교수
서헌제 교수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그리스도인의 자유, 종교의 자유
교회의 정체성을 담는 정관 총칙에는 신앙의 자유를 선언하는 조항을 두는 사례가 많다. 그 내용은 교회마다 다양하지만 한국교회표준정관은 “주님만이 양심을 주재하시므로 우리 중 누구든지 신앙에 관계되는 사건에 대하여 각자의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고 아무도 이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로 규정한다.  

이 조항은 개혁교회의 대장전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0장 ‘그리스도인의 자유’ 와 국가법인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에 기반을 둔 것이다. 예장합동, 예장통합 교단의 헌법에도 동일한 내용의 ‘양심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교인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각 교인들도 다른 교인이 가지는 신앙의 자유(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교인들이 누리는 종교의 자유에는 내면적인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비롯하여 종교적 신념을 외부적으로 실현하는 예배의 자유, 종교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종교적 표현(비판)의 자유, 선교의 자유, 종교교육의 자유 등을 포함한다. 

신앙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의 핵심은 신앙 양심의 자유이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이 주신 신앙 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가 있고 그 양심에 반대되는 어떠한 표현이나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역사적으로는 국가 권력이 우상숭배를 강요하거나 배교를 강요하는 일이 많았고,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시절에는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기독교인을 처벌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를 위시해서 대부분 문명국가에서는 국가 권력이 직접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구속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신앙 양심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우려되는 바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평등법)이다.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구현한다’는 구호 아래 현재 민주당 이상민 의원 외 23인이 발의한 평등법안에 의하면 동성애(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26가지 사유를 이유로 하는 차별에 대해서 거액의 징벌배상을 부과해서 동성애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봉쇄하려고 한다.  

더구나 평등법안은 차별의 개념 속에 ‘괴롭힘’까지 포함시켜 누구나 주관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면 평등법 위반으로 제소될 위험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교회에서 목사가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한다는 설교를 하거나 동성애자의 직원채용을 거부하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더구나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관계라고 가르치면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평등법이 시행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정상적인 남녀의 결합만이 하나님이 축복하는 가정이라고 믿는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동성결혼을 축하’라는 문구를 새긴 결혼 축하 케이크 제작을 거부해서 평등법 위반으로 제소당했다. 이 제과점 주인은 수년간 수많은 소송과 동성애자들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끝까지 법정투쟁을 벌인 결과 최종적으로 영국대법원으로부터 헌법상 ‘신앙 양심의 자유’가 ‘평등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승소 판결을 받아내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수많은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잘 막아 왔지만 현재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기세로 볼 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자유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대가이다.”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자유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대가이다.”

예배의 자유 
교인의 제일 중요한 목적이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이고, 교회가 존재하는 것도 교인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공예배에 있으므로 예배의 자유는 종교자유의 핵심이다. 따라서 국가 권력이나 어떠한 개인도 교회의 예배를 방해하거나 간섭하지 못한다. 또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시간에, 어떤 순서로 예배를 드리는가는 교회의 자유로서 간섭해서는 안된다. 대부분 교단총회 헌법에서는 예배의 방식과 내용을 통일하기 위해서 ‘예배모범’을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부터 교회의 예배와 모임을 중심으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방역조치가 예배의 자유를 침해하는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로 교회의 현장예배 참여자를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이를 위반하여 현장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대한 벌금 부과, 교회 폐쇄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이에 맞서 예배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면서 국가와 교회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단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지만(헌법 제20조 제1항), 종교의 자유도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1년 이상 전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내면의 신앙의 자유와는 무관하고 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의 장소와 방식만을 제한하는 것으로써, 이를 두고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우리 법원과는 달리 판단하고 있다. 뉴욕주가 코로나 방역조치의 하나로 교회의 현장예배를 금지하자 교회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 와중에도, 헌법은 경시되거나 잊혀 질 수 없다. 방역을 이유로 하는 집합제한은, 많은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음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 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종교적 비판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는 자신이 믿는 교리, 신조를 다른 사람에게 전도하는 자유는 물론이고 정통교리를 벗어난 이단·사이비에 대한 비판의 자유가 포함된다. 그런데 정통교회로부터 이단·사이비로 비난받는 측에서는 명예훼손 소송, 정정·반론보도청구소송을 수단으로 비판을 차단하려고 한다. 법을 잘 모르는 목회자나 교인들은 이러한 소송을 당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어느 한도 내에서 종교적 표현(비판)의 자유가 보장되고,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담대하게 이단·사이비를 정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종교적 비판은 종교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단사이비를 향해 ‘적그리스도’, ‘마귀’와 같은 다소 과격하고 모멸적인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사실에 부합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없다. 둘째, 감정적이고 직설적인 비난보다는 교리적이고 성경적 근거에서 비판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신학적 분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 교인들이 알고 있는 성경 지식 범위 내에서의 비판이면 문제가 없다. 국내 최대 교회 담임목사를 향해 “삼박자 구원론은 기복신앙이다”, “그의 시한부종말론은 교리적으로 사이비가 틀림없다”는 비난을 담은 책자 발간에 대해 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보았다. 셋째, 이단에 대한 비판이 교회의 순수성을 보존하고 교인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인격적인 모욕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의 대가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와 동성애를 옹호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누려온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교회와 교인들이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교회정관 총칙에서 선언하고 있는 신앙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무게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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