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한국이 하나 되는 축제, 루스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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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한국이 하나 되는 축제, 루스타 입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6.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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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주민 위한 선교대회 ‘루스타’

전 세계 한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코스타가 있다면 한국엔 러시아 이주민들을 위한 루스타가 있다. 매년 설이면 대한민국에 있는 러시아권 이주민과 유학생, 노동자들이 한 곳으로 모인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는 웃음소리 사이에서 더 고독했던 명절이지만 루스타가 시작된 이후로는 달라졌다.

루스타는 랜드마커 미니스트리(대표:오영섭 선교사)와 온누리M센터(센터장:노규석 목사)가 뜻을 모아 시작한 러시아권 이주민들을 위한 축제다. 이주민들에겐 오히려 쓸쓸했던 설 명절, 연휴 3일 동안 어린아이부터 장년까지 함께 모여 명절 분위기를 즐기며 은혜를 나눈다. 그저 고향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왔다가 예수님을 알게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06년째 루스타를 이끌고 있는 오영섭 선교사와 배은아 선교사(랜드마커 미니스트리), 고려인 목회자 유 세르게이 목사(온누리M센터), 러시아인 목회자 아르좀 목사(글로벌승리교회)를 만나 화합의 현장을 간접 경험했다.

설 명절에 열리는 루스타는 러시아 이주민들을 위한 선교 축제다. 왼쪽부터 배은아 선교사, 유 세르게이 목사, 오영섭 선교사, 아르좀 목사.
설 명절에 열리는 루스타는 러시아 이주민들을 위한 선교 축제다. 왼쪽부터 배은아 선교사, 유 세르게이 목사, 오영섭 선교사, 아르좀 목사.

 

전 세대를 아우르는 루스타

한국에 들어와 있는 러시아권 이주민들의 수는 18만 명에 이른다. 그 중 9만 명 정도가 고려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자 문제가 생기며 그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16만 명 정도의 러시아권 이주민이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러시아권 이주민을 위한 교회의 숫자도 상당하다. 온누리M센터에서 러시아 예배를 맡고 있는 유 세르게이 목사는 러시아권 교회가 1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비자 정책을 완화하면서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오영섭 선교사와 노규석 목사는 이들에게 주목했다. 오 선교사가 이끄는 랜드마커 미니스트리에는 러시아인 목회자 아르좀 목사가 있었고, 노 목사가 센터장으로 있는 온누리M센터에는 러시아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역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지점이었다. 그렇게 루스타는 2016년을 시작으로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처음엔 유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만이 대상이었다. 이름의 모티브가 된 코스타와 비슷한 성격이었던 것. 하지만 현장의 요청은 달랐다. 오영섭 선교사에게 러시아 교회로부터의 요청이 쇄도해왔다.

설 명절에 청년들이 썰물처럼 교회에서 빠져서 루스타에 오니 그 기간 동안 교회 모임과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왔어요. 루스타에 어린이들과 장년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죠. 그래서 그 즉시 2회차부터 모든 세대 캠프로 성격을 바꾸고 세대별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루스타 강단은 현지인 사역자들 중심으로 세워진다. 루스타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아르좀 목사.
루스타 강단은 현지인 사역자들 중심으로 세워진다. 루스타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아르좀 목사.

 

이주민 사역자를 강단으로

국내 이주민들을 위한 행사가 루스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루스타는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 단순히 한국인이 러시아권 이주민을 위해 베푸는행사가 아니라 한국인과 이주민들이 함께 세워가는 행사라는 점에서다.

루스타의 강사진은 고려인과 러시아인을 포함한 현지인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세워진다. 국내 러시아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과 함께 미국, 유럽, 호주, 이스라엘,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목회자들을 강사로 초청하기도 한다. 공동설립자인 오영섭 선교사와 노규석 목사가 성찬식을 집례하는 것 정도가 루스타 강단에서 한국인 목회자를 볼 수 있는 기회의 전부다. 그동안 그저 수혜자, 때론 배우는 학생의 위치에 서있었던 러시아 이주민과 사역자들이 이곳에선 행사를 이끈다.

유 세르게이 목사는 “CIS 국가가 복음을 들은 지도 30년이 됐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밟은 이들도 많다. 그런데도 한국에 오면 낮은 수준의 강의를 반복할 때가 많았다. 러시아권 사역자들도 영적으로 어른인데 아이처럼 가르치려고만 하는 것이 아쉬웠다면서 루스타에서 러시아 사역자들도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강단에 서면서 동등한 동역자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권 교회 공동체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유 목사는 루스타에서 찬양팀으로, 안내팀으로 봉사하면서 섬기는데 조금 서툴렀던 러시아 성도들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알게 됐다. 공동체 스스로가 훈련되고 사명을 찾는데도 발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일산 글로벌승리교회에서 목회하는 아르좀 목사도 루스타 이후 러시아 교회 목회의 붐이 왔다고 본다. 그동안 공동체 구성원의 색깔이 너무 다양하고 서로 달랐는데 루스타를 통해 러시아 공동체 사이에 연합이 이뤄지게 됐다. 러시아 사역자들을 위한 교단과 신학교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루스타 공동설립자인 오영섭 선교사(오른쪽)와 노규석 목사가 성찬식을 집례하고 있다.
루스타 공동설립자인 오영섭 선교사(오른쪽)와 노규석 목사가 성찬식을 집례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역 모델 정착하길

1회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의 에피소드다. 오영섭 선교사는 식사를 마친 러시아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연은 이랬다. 이주민들의 비율은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한국회사의 권위적인 보스 밑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주눅 들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루스타에서 섬기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놀라웠다. 그들은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설거지로, 청소로 봉사하며 이주민들을 섬겼다. 그들의 눈물은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었다.

아르좀 목사는 루스타의 이런 모습이 다문화 사역의 원칙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국경을 벗어나 바깥으로 가면 도와주고 협력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국내에 있는 이주민들에게는 딱딱하게 대하는 모습이 아쉽다면서 제자나 학생이 아니라 동등한 사역자라는 마음으로 협력하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루스타는 한국에서부터 세계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벌써 내년 여름 러시아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모스크바에서 루스타 일정이 계획됐다. 이후에 불가리아 바르나, 미국 알래스카,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 세계 각지에서 은혜를 나누는 축제가 이어지게 된다.

앞으로도 루스타가 건강한 이주민 사역의 모델로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것이 섬기는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이다. 랜드마커 미니스트리 배은아 선교사는 루스타에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 장년들이 모두 함께한다. 나중에는 이 아이들이 루스타를 섬기는 청년으로, 또 장년으로 자라는 아름다운 선순환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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