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바르게 사용하면 의를 위한 도구가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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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바르게 사용하면 의를 위한 도구가 되지만…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6.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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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7)

초기 교부들은 재물(富)을 가난한 자를 도울 수 있는 선한 도구로 보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3세기 초 알렉산드리아의 암브로시우스라는 인물은 오리겐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리겐이 책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리고 나서 나를 좇으라”(막 10:21)는 말씀을 자의적 빈곤을 권고하는 본문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 본문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는 아낙사고라스(Anaxagoras, 기원전 500~480년 경),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기원전 460~380년경), 크라테스(Krates, 기원전 365~285년 경)와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도 세상 제물의 포기를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물 자체를 거부하는 금욕주의적인 경향을 거부했다. 그는 예수님이 부자 세리였던 삭게오와 마태와 식사하며 그들에게 재물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맹목적인 부의 포기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도리어 그는 부는 가난한 자를 도울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한다. 그는, “만일 어느 누구가 가진 것이 없다면 자신의 재물을 나누어줄 기회가 있겠는가?”라고 묻고 “우리는 우리 이웃에게 베풀 수 있는 재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부를 바르게 사용한다면 의를 위한 도구가 되지만, 그릇되게 사용한다면 불의의 도구가 된다고 지적하고, 욕심에 끌려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자의적 빈곤을 추구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클레멘트는 부자들의 구원 문제를 취급하는 ‘구원 받게 될 부자는 누구인가’(Who is the rich man that shall be saved?)라는 글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재물이 우리에게 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한다. 만일 물질이 우리를 지배하지 않도록 한다면 그리고 물질을 가지고 우리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 때 물질은 의를 위해 사용된다. 물질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그것은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가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겨야 하지만 가난 자체가 본래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콘스탄틴 이전의 교부들은 부요가 가져올 영적 위험을 경고하면서 부에 집착하지 않도록 경계했다. 그래서 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부한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그것은 가난한 자를 도울 수 있는 기회로 간주했다. 그러다가 콘스탄틴 이후 가난과 부에 대한 이론적인 혹은 체계적인 가르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로마제국에서의 공인과 국교화 이후 교회 안에 안주의식이 대두되면서 현실에 타협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4세기 이후 로마제국이 광범위하게 기독교화 되었을 때 부유한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었고, 부의 추구가 정당화되기 시작한다. 부는 세속적 성공의 길로 간주되기 시작한다. 이런 시기에 교부들이 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클레멘트의 전례를 따라 부가 가져올 수 있는 영적 위험성을 가르치고 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시기 일부 교부들은 부의 발생에서 있어서 죄와 연관성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았고 자연의 삶을 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난하지 않았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이들이 뱀의 유혹을 받아 하나님께 불순종한 이후 자연의 삶은 사라졌고, 소유와 부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런 틀을 가지고 일부 교부들은 부는 죄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요한 크리소스톰이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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