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를 위한 물건과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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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위한 물건과의 이별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1.06.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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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하늘 나는 새들을 바라본다. 기후 변화는 새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일부 종은 증가했지만, 전체 종의 3/4이 감소했다고 한다.

평소 새들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가? 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할까? 그들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참 좋은 존재 중 하나이다. 예수님은 참새 하나도 하나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그들은 생명을 지원하는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1958년 중국에서 참새가 곡식을 먹지 못하도록 죽였을 때 메뚜기가 늘어나고 수백만 명이 죽는 기근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구나 새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의 길을 어렴풋하게나마 보여준다.

하늘과 땅을 오가는 새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일상을 다시 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쓰레기다. 쓰레기는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실천해도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안간힘을 써도 그다지 변화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요즘 포장재 없는 가게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비닐봉지를 안 쓰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도 장바구니 안에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득해지거나, 택배, 배달, 테이크아웃이 늘어나다보니, 재활용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종이박스나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가 어마어마하게 쌓인다.

이런 사회에서 쓰레기 없는 삶에 도전해보려는 건 마음 먹는 것조차 무모하다는 생각이다. 집안에 수년 간 건들지 않은 잠재된 쓰레기들은 어찌 이리 많은지. 그들 물건을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소비를 즐기기는커녕 새로 사는 것을 불편해하는 데도 물건은 쌓여만 간다. 

단순히 물건을 줄여 신경 쓰는 것을 적게 하려고만 하는 건 아니다. 지구상에 사는 이들 모두가 함께 하나님이 지구를 통해 주시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어 쓰고 버리는데 그 고리를 끊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3.5배나 많이 욕심을 내고 있는데, 그 욕심을 비워낼 수 있도록 ‘줄여쓰고, Reduce’, ‘다시쓰고, Reuse’, ‘재활용하는, Recycle’ 것을 뛰어 넘어, ‘거절하고, Refuse’, ‘고쳐쓰고, Repair’, ‘퇴비화, Rot’해야만 순환하는 사회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윤리적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우리가 먼저 최소한의 것을 간직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 소중한 지구와 그 안의 생명들에 집중하게 되길 바란다. 올 한해 우리가 먼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서로 격려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되, 때로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가보자. 그러면 우리의 탐욕으로 인해 생산된 물건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추출하고, 물건을 생산, 유통, 소비, 폐기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양산했는지 같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모두의 기본적 필요를 채우는 물건을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물건이 만들어지는 방식, 물건이 생산되어 유통되고 소비되다가 폐기되는 전 과정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 모든 자리에서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쌓여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와 기업 역시 불편하지만 기꺼이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로 전환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도전과제이지만, 최소한의 물건으로 오히려 모두를 풍성하게 하는 삶, 쓰레기제로의 삶과 사회를 향한 길에 마음을 모은다. 그 길에서 함께 만나,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기까지 함께 물건과 이별하는 연습을 하며 참 부자로서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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