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경매 넘어간 통합측 교회 ‘재단법인’이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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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경매 넘어간 통합측 교회 ‘재단법인’이 살렸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06.15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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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일부 교회 낙찰 불구 매각 불발
공익법인 소유 재산은 주무관청 허가부터 받아야
법인 재산 경매시 낙찰자는 입찰대금 몰수 위험
은성교회 사태, 통합총회 책임감 가지고 대응해야

총회 및 노회 유지재단 가입이 불의의 사태에도 교회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예배당 등 교회의 재산이 유지재단의 기본재산으로 등록될 경우 강제 경매 등에 넘어가더라도 법적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법 소송으로 인해 강제 경매에 넘어간 예장 통합측 교회들이 법원의 매각 불허결정으로 재산을 보존하게 됐다. 자칫 이단교회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지만 유지재단이 울타리 역할을 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에서 통합 서울노회 교회들이 강제경매에 넘어갔다가 매각 불허 결정이 내려진 화면.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에서 통합 서울노회 교회들이 강제경매에 넘어갔다가 매각 불허 결정이 내려진 화면.

 

# 은성교회 부도사태와 가압류

예장 통합 서울노회 산하 10개 교회는 지난해부터 경매 물건으로 올라왔다. 교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노회 유지재단에 편입된 은성교회가 부도가 나면서 유지재단 소속 교회들이 가압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은성교회 사태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도중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가 난 은성교회는 경매에서 주식회사 선우에 넘어갔다. 주식회사 선우는 교회 부지를 188억에 낙찰받았다. 당시 교회의 가치는 460억 정도였다.

문제는 경매 이후 갈 곳을 잃은 은성교회 성도들이 건축 중이던 예배당 지하에서 계속 예배를 드렸다는 점이다. 그러자 선우 측은 사실상 공중분해된 은성교회 대신 은성교회가 명의를 신탁했던 서울노회유지재단에 토지 사용료 16억원을 청구했고 20141심에서 승소하면서 유지재단에 배상책임이 넘어갔다. 2심을 거치면서 토지사용료와 지연손해금은 총 64억원으로 불어났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회사 선우는 배상금을 받기 위해 서울노회 유지재단에 소속된 10개 교회를 강제 경매에 넘겼다.

 

# 법원은 왜 매각 불허했나

지난 531일 동부지법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주식회사 선우에 의해 강제경매로 나온 성동구 무학교회는 620억 자산가치에도 불구하고 400억에 경매가 개시됐다. 120억 규모의 서울숲교회는 80억에 경매가 진행됐다.

이중 서울숲교회와 자양교회의 경우 하나님의교회에서 낙찰을 받아 입찰보증금 23억원을 납부했다. 다행히 지난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이 경매 낙찰 교회에 대해 매각 불허결정을 내리면서 시도는 불발됐지만 자칫 예장 통합의 전통 있는 교회들이 이단에 넘어갈 뻔 한 것이다. 10개 교회 중 매각 불허 결정이 내려진 2개 교회를 제외한 8개 교회는 법원이 정한 최소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법원이 2개 교회에 대해 매각 불허 결정을 내린 이유는 교회 건물이 재단 법인의 기본재산으로 등록돼있었기 때문이다.

민법 제32, 40조 제4, 42조 제2항 등에 의하면 재단법인은 정관에 법인의 자산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 이렇게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으로 편입된 재산은 재단법인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둥으로 판단해 함부로 처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만약 재단법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기본재산을 매각하려한다 해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핵심은 서울노회유지재단의 사례처럼 강제경매에 처했을 때도 동일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례(20171565)에 따르면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은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반드시 얻어야만 한다.

 

# 재단법인, 교회 경매 안전장치

유지재단에 가입하면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재산 처분을 위한 주무관청 허가는 채권자, 혹은 경락인(경매를 낙찰 받은 사람)이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인 재단법인이 주무관청에 신청하는 구조다.

이를 이번 사례에 대입하면 서울노회유지재단 이사회가 스스로 기본재산을 처분하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주무관청에 제출하지 않는 이상, 기본재산에 편입된 교회 건물이 강제 경매로 매각되는 일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5312개 교회 경매가 낙찰된 이후 법원은 주무관청 허가를 7일까지 받아올 것을 요구했고, 7일까지 허가서를 내지 못하자 매각 불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법무법인 대종 안창삼 변호사는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의 경우 강제 경매를 하려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재단법인이 기본재산 처분을 위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신청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단법인의 의사에 달려 있다면서 만약 교회 부동산을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했다면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다 해도 충분히 명의신탁 부동산을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재산 경매낙찰 신중해야

다만 경매가 열리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 대법원 판례(85720)에 의하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한 시점은 경매를 개시할 때가 아닌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때다. 즉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에 대해 강제 경매를 개시하는 것 자체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낙찰 이후 소유권을 얻으려 할 때는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재단법인이 스스로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강제 경매로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래도 건실하게 목회해온 교회들이 지역사회에 경매이미지를 안게 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예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경매를 선택한 경우, 자신이 낙찰 받고자 하는 물건이 재단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 공익법인에 가입된 재산인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만약 적절한 가격에 교회 건물을 낙찰 받는다 해도 낙찰인이 주무관청 허가를 얻지 못한다면 매각불허 결정이 내려지고 낙찰 가격 1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기 때문이다.

 

# 통합, 성실히 법적 대응해야

이번 서울노회 강제경매 사건으로 유지재단 가입이 교회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 것은 큰 수확이다. 다만 예장 통합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서 유지재단 가입 교회의 부도사태가 재단법인 소속 교회들의 연대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법원 판례는 한국교회 전체에 큰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유지재단 가입교회들의 불안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교계는 통합총회의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대책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일단 통합총회는 서울노회유지재단특별대책위를 꾸리고 선우 측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노회유지재단 관계자는 이번 일을 통해 유지재단 기본재산에 교회 건물이 편입된 경우 강제경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증명된 셈이라면서 유지재단은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막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공익목적에서 탄생했다. 부디 대법원이 이를 감안해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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