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당 대표의 등장, 고령화된 한국교회에도 ‘변화’의 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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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 대표의 등장, 고령화된 한국교회에도 ‘변화’의 바람 불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6.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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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평균 55세·100대 기업 CEO 59.3세인데 총대는 63세
교회에선 50대도 ‘어린애’ 취급, 제도뿐 아니라 ‘문화’도 바꿔야
연령별 비례대표 확대하고 총대 아니어도 일 할 발판 마련해야
교회vs국가 리더십 연령 비교 (출처: 시사저널 ‘절반 이상이 초선…21대 국회 젊어졌다’ 2020.04.17. 한국기독공보 ‘총회 총대 4명 중 3명은 60세 이상’ 2019.07.17.)
교회vs국가 리더십 연령 비교 (출처: 시사저널 ‘절반 이상이 초선…21대 국회 젊어졌다’ 2020.04.17. 한국기독공보 ‘총회 총대 4명 중 3명은 60세 이상’ 2019.07.17.)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살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젊은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을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세대교체를 향한 열망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더십의 고령화를 겪고 있는 교계에서도 ‘30대 리더십’의 등장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변화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회문화연구소장 이의용 교수(국민대)는 “세대 간 소통의 문제는 교회가 당면한 문제다. 특히 젊은세대의 의견이 교회 운영 전반에 잘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30대가 보수적인 제1야당 대표가 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젊은이들이 사회 발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표현이고, 좋은 징조”라고 분석했다.

예장 백석총회에서 보기 드문 40대 노회장인 이호준 목사(경기노회, 49세)는 “노회 선배들의 지원 덕분에 일찍부터 총회와 노회의 일을 하게 됐지만, 여전히 선배들 앞에서는 위축되고,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며 “노회법으로 목사 안수 7년 이후부터 임원이 가능하다 보니 30대는커녕 40대 목회자가 노회 임원이나 총대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제도의 영향도 있지만, 노회나 총회에서는 50대 목사도 아직 어린 취급을 받는 문화가 결정적”이라면서 “세상이 변하는 만큼 교회도 변화해야 할 때다. 40대 노회장으로서 선배들과 후배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목사의 말처럼 교계 리더십의 고령화는 국회로 대표되는 국가 리더십의 고령화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당선자들의 연령은 평균 55세였다. 100대 기업 CEO의 연령도 2017년 60.6세였던 것이 2020년에는 59.3세로 젊어지고 있다. 반면 2019년 예장 통합총회 총대의 연령은 평균 63세로 나타났다. 60대 총대가 주를 이루는 것은 예장 통합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청년의 교회 의사 결정 구조 참여 의향 (출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21세기교회연구소 ‘코로나 시대, 기독 청년들의 신앙 생활 탐구’ 2020.01.27._전국, 19~39세 기독 청년 700명, 온라인조사, 2020.12.30.~2021.01.05.)
청년의 교회 의사 결정 구조 참여 의향 (출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21세기교회연구소 ‘코로나 시대, 기독 청년들의 신앙 생활 탐구’ 2020.01.27._전국, 19~39세 기독 청년 700명, 온라인조사, 2020.12.30.~2021.01.05.)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19~39세 기독 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 2명 중 1명 이상(53%)이 교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해당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신앙심이 ‘깊을수록’ 교회 의사결정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입문 층의 경우 32%, 그리스도 인지층은 61%, 그리스도 친밀층은 58%, 그리스도 중심층은 71%로 교회 의사결정 참여 의향을 보였다.

이의용 교수는 “당회나 노회, 총회의 구조를 당장 뜯어고치라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나, 특별팀 등을 도입하여 교회의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청년사역연구소의 이상갑 목사(산본교회 담임)는 “30대가 야당의 대표가 됐다. 그런데 교회는 어떠한가. 교회는 개혁과 갱신, 변화라는 파도를 타고 있는가, 아니 그럴 의지라도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물결로 나아가야 한다. 구태의연한 제도와 방식에 물들지 않고 하나님 앞에 서서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가야 할 때다. 코로나 이후에 교회는 젊어지지 않으면 급속한 고령화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장 백석총회 서기를 지낸 이승수 목사(양문교회)도 “노회장을 했던 사람이 또 노회장을 하고 선배들끼리 회전해버리니 젊은 목사들은 무관심해지고 냉소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우리 같은 선배들이 그들을 냉담하게 만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라고 교단에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후배들이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특히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발굴해내기 어렵다”면서 “꼭 총대가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젊은이들도 관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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