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에 매이면 예배 못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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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에 매이면 예배 못 드리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6.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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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 ⑫ ‘예배를 돕는 예배자’ 키보디스트
김은경 교수는 예배 반주자가 잘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큼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경 교수는 예배 반주자가 잘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큼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주자가 없는 교회에서 거액을 들여 ‘반주기’를 구입할 만큼, 한국교회는 반주를 사랑한다. 반주 악기의 대표격인 키보드가 교회에서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백석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기독교음악을 가르치는 김은경 교수도 교회에서 오랜 기간 키보드를 연주해 왔다. 그가 처음 교회 반주를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교회에서 학년마다 반주자를 한 명씩 세워 양육했는데, 그는 처음 반주자로 발탁되던 당시의 떨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동경하던 선배들처럼 반주자가 됐다는 사실에 기쁜 동시에 틀리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이 얽혀 손이 덜덜 떨렸다.

이후 대학까지 건반 관련 전공으로 진학했고, 대학원까지 마친 후에는 본격적인 프로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은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교회에서 매월 사례비를 받고 있지만, 자신이 반주자이며 예배자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김 교수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예배 안에서 하나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반주자로 사역하며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라면서 “감사하게도 오랜 시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반주자로 사역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다”고 말했다. 

반주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실력과 신앙의 밸런스’다. 반주 관련 전공을 택하게 된 것도 예배 시간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 때문이었다. ‘가장 귀한 것’을 드리고 싶은데, 당시 주변에는 코드나 반주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 그는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고는 실력이 늘 수 없다”며 “교회 차원에서 레슨을 지원해주면 교회도 반주자도 더 좋은 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반주자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예배는 분명 영적인 것이기 때문에, 예배 안에서 반주자의 영적인 상태가 음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반주자는 이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개인 신앙생활에서 밸런스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좋은 예배를 위해 기도는 물론이고, 하루에 정해놓은 분량만큼 성경 필사를 한다고 말한 그는 “주일 예배 시간에만 반주자여선 안 된다. 일주일 전체의 삶 속에서 예배자가 될 때 주일 회중 예배에서 감격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찬양 인도자나 목회자들을 향해 “조금만 더 일찍 ‘예배 콘티’(그날 연주할 찬양의 구성이 적힌 문서나 악보)가 나오면 좋겠다”면서 “반주자들이 모두 실용음악 전공자는 아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일찍 콘티가 나올수록 충분한 연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악보를 보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깊고 풍성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다. 예배를 돕는 자가 정작 예배자가 아닌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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