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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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 양병희 목사
  • 승인 2021.06.0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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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희 목사/영안교회 담임
양병희 목사/영안교회 담임

5살짜리 손주가 엄마 몰래 어린 동생을 꼬집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고 아들 내외가 얘기한다. 동생이 생긴다는 건 남편이 첩을 집에 데리고 들어와 아내에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할 때 받는 스트레스와 같다고 한다.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동생한테 엄마를 빼앗겼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다.

그렇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막히거나 뒤틀리는 것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라고 느낄 때, 미움이 생기고, 분노가 생기고, 관계가 깨진다. 부부 간에도 대개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할 때 갈등과 싸움으로 표출된다. 형제자매 간에도 마찬가지다. 야곱과 에서를 보라. 에서는 장자권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으로 분노하며, 동생을 죽이려고 20년 간 칼을 품고 세월을 낭비했다. 야곱은 정당하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샀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했는데 왜 도망생활을 해야만 하는지 형을 원망했다. 야곱은 성공했으나,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았다.

야곱의 변화는 본질의 변화에 있다. ‘피해자’라는 마음이 ‘가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형이 누려야 할 축복을 가로챈 가해자라고 깨달을 때, 하나님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주셨고, 형과의 관계도 원수에서 사랑으로 회복시켜 주셨다. 신앙은 내가 변할 때 상대가 변하는 것이다. 성도들이 기도하고 은혜 받았다고 하는데, 뒤틀린 인간관계를 풀지 못하고 분노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로 살기 때문이다.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임을 깨닫고 고백할 때,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며, 관계가 회복된다. 이것이 은혜요,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 중 하나인 회개용서운동이 삶 속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고 깨닫는 것이, 가정과 교회, 사회 속에서의 뒤틀린 관계가 회복되는 은혜의 출발점이다.

진정한 기도는 상대방이 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내가 가해자라고 고백할 수 있을 때 모든 관계가 풀린다. 주여! 제가 가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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