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제한하고 구속하려고 만든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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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제한하고 구속하려고 만든 날이 아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5.18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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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 ⑮ 안식일을 대하는 자세

제4계명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

안식일은 글자 그대로 ‘쉬는 날’이지만, 이를 율법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을 옥죄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 그 구원을 기억하는 것이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다.
안식일은 글자 그대로 ‘쉬는 날’이지만, 이를 율법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을 옥죄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 그 구원을 기억하는 것이 안식일의 진정한 의미다.

“1847년 1월 눈이 몹시 내리는 어느 날 밤, 아일랜드의 한 궁핍한 가족이 거리에 내던져졌다. 일곱 자녀 중 하나는 얼어 죽어 있었다. 어머니도 폐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죽을 만들어 제공하는 교회가 안실일에 급식소를 열면 하나님께 죄를 범할까 두려워 급식소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인문학자 김용규가 쓴 책 ‘데칼로그’에서는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안식일을 지켰던 청교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태도는 마치 안식일에 낳은 달걀을 먹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안식일에 어린아이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아닌지, 만일 어린이를 들어 올릴 수 있다면 손에 돌을 쥐고 있을 경우 어찌해야 하는지를 염려하던 바리새인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 대목을 읽는데 기자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꽤나 보수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고신측 교회였는데, 주일에는 돈을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어린 나이에 왜 일요일에는 돈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의아했던 적이 많다. 다른 요일들과 구별하여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교 말씀이 생각나긴 하지만, 단순히 돈만 안 쓴다고 거룩한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다만 당시 교회 어른들이 ‘주일’을 경건하게 보내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뿐이다. 

 

주일에 돈 쓰는 것은 죄인가

십계명이 말하는 ‘안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김용규의 책 ‘데칼로그’ 속 아일랜드 가족을 죽게 한 이들은 아마도 청교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프로테스탄트 가운데 유일하게 ‘주일’을 안식일과 같은 엄격한 ‘무노동의 날’로 만들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까지도 ‘참회의 금식일’로 바꾸어 놓았고, 엄격하게 주일을 지킬 것을 규정한 법까지 통과시켰다. 이 안에는 ‘주일에는 공연히 속되게 산책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개혁주의 전통을 따르는 한국의 교회들 가운데 이 정도까지 엄격하게 안식일을 규정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한국교회가 즐겨 인용하는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에서도 안식과 관련해 ‘쉼’을 특히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기자가 다녔던 교회에서 주일에 돈을 쓰지 말라고 가르친 것은 어떤 차원이었을까. 아마도 그 행위를 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다만 그 가르침이 좀 더 정교하고 세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를 돌아보면 “주일에 교회를 가기 위해 차비를 쓴 것도 죄가 되는 것인가”하는 반발심이 많았다. 엄격한 가르침이 거부감을 일으킨 것이다. 기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또래 친구들에게서 비슷한 증언을 들었다. 주일성수 또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인데, 반대로 이것을 우리를 제한하고 구속하는 것으로 적용한 탓이 아닐까. 

그런데 십계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4계명은 사람을 제한하고 구속하기 위한 율법과는 거리가 멀다. 다른 계명과 비교해 봐도 확연하게 나타나는 차이점이 있다. 1계명이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계명은 “~말라”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반면 4계명과 5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만 “~하라”의 긍정적인 명령으로 이뤄져 있다.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는 자신의 책 ‘십계명 강의’에서 “출애굽기는 ‘일과 쉼’의 관점에서 안식일의 의미를 찾으며, 신명기는 하나님이 그분의 백성에게 베풀어 주신 구원과 해방의 관점에서 안식일의 동기를 찾고 있다”며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 그 구원을 기억하는 것이 안식일의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39가지 정한 유대인들
구원과 해방의 관점에서 안식일의 동기를 찾아야

 

 

유대인들과의 차이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금지 사항을 ‘미쉬나’라는 이름으로 목록화 했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려 39가지나 된다. ‘바느질’과 ‘씀을 덫으로 잡는 일’, ‘불을 끄는 일’ 등이 여기 해당된다. 유대인들은 이 39가지 금지사항을 공공연하게 어기는 사람을 우상숭배자로 여겼고, 반대로 우상숭배자라도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면 그 죄를 사함 받는다고도 가르쳤다. 

신약 교회라 할 수 있는 우리 기독교인들도 이런 유대인식의 안식일을 지켜야 할까. 서방 교회 교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해 고대교회 교부들은 안식일은 폐지됐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4계명은 폐지됐다고 말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다. 

강 교수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자신의 ‘십계명 강의’에서 ‘칼뱅의 가르침’을 근거로 들면서 “예수님 안에서 누릴 안식의 예표로서의 구약적인 안식일은 폐지됐으나 유대인들에게 주신 안식의 날을 통해서 신약 성도들에게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고 칼뱅은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칼뱅의 정신’에 따라 신약 교인들이 안식일을 바라봐야 할 태도를 정리했다. 

“예수님이 오시기 이전, 유대인들이 율법을 지켰던 안식일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적으로 안식일을 지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들은 기독교 전통에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여 따로 구별해서 지키는 주일에, 십계명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시고자 한 안식의 의미를 실현하려고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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