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함이 영혼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하라
상태바
부유함이 영혼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하라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5.18 1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4)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도다.”(막 10:23)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크게 놀라지만 예수님은,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 보다 쉬우니라.”고 말씀하심으로 부의 소유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말씀하셨다. 병행본문인 마가복음 10장 24절에는, “얘들아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떻게 어려운지”라는 말씀이 첨가되어 있다.

이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예수님은 분명히 재물이 갖는 영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약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 보다 쉬우니라.”는 말씀은 충격적이었다. 후대의 기독교인들은 약대가 무릎을 꿇고서야 통과할 수 있는 문인 소위 ‘약대문’(Camel gate)이 예루살렘에 있었다고 가정하므로 이 충격을 완화시키고자 했고, 희랍어 약대(κάμηλος, camel)를 아예 ‘밧줄’(κάμιλος, rope)로 오기로 해석하기도 했다. 메쯔거(Metzger)의 설명처럼,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의 충격을 희석시키려는 후대의 시도인 것이 분명하다.

부에 대한 그릇된 태도로 인한 영적 생활의 위험성은 서신서에서도 동일하게 강조되었다. 이것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강조되었음을 의미한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서신에서(딤전 6:17-19), “네가 이 세대에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定)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한 일을 행하고 선한 사업에 부하고 나눠주기를 좋아하며 동정하는 자가 되게 하라.”고 교훈하셨다. 이 본문에서도 바울은 부에 내재된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즉 바울은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살아계신’(이 말은 우리말 성경에서는 번역되지 않았다.) 하나님께 두라”고 하시므로 부유함에 내포된 위험성은 살아계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지 않고 재물에 둘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점은 앞서 언급했던 부자 청년에게서 발견하신 동일한 함정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는데 방해가 되는 물질적 부를 핍절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고 하셨던 것이다. 재물은 일상의 삶을 위해서 유용한 것이지만, 재물이 갖는 물신적 성격 때문에 부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뢰하는 종교적 삶을 방해하는 영적 위험이 될 수 있다. 바울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라고 말했을 때 이 말씀은 예수님이 경계하셨던 재물에 대한 욕망과 탐욕에 내포된 영적 위험성을 지적하신 것이다(딤전 6:9~10 참조). 그래서 초대 교부 중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자의적 빈곤을 강요하지는 않았으나 자의적 가난의 가치를 인정했고, 부가 영혼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독창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사실은 바울의 가르침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다.

헬라인들에게 있어서 제우스(Zeus)는 권력의 신이었고, 미네르바(Minerva)는 지혜의 여신, 비너스(Venus)는 사랑의 여신, 맘몬(Mammon)은 부의 여신이었다. 헬라인들은 인간은 본성적으로 부를 신격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섬기도록 지음 받은 존재이지만 하나님을 섬기지 않을 때 다른 어떤 것, 이를테면 재물을 섬길 수밖에 없는 본성적 성향을 지닌 존재이다. 정리하면, 예수님과 바울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초기 교부들은, 인간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지적하고, 보다 분명히 강조하는 바는 우리가 하나님을 섬긴다면 그것은 전심으로(wholehearted) 섬겨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일면적 헌신이나 나누어진 마음으로서가 아니라 순전하고도 온전한 섬김을 요구하고 계신다는 점은 성경 여러 곳에서 강조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