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교부, 부를 절대시 하지도 가난을 이상화 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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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부, 부를 절대시 하지도 가난을 이상화 하지도 않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4.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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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1)

초기 교회와 교부들은 가난과 부, 혹은 재물이나 재산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교훈을 했을까? 그리고 성도들에게 돈의 사용이나 물질에 대해 어떻게 가르쳤을까? 이번에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 초기 기독교회를 관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성경은 부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초대교회 교부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돈, 재산 혹은 부에 대한 교훈과 가르침이 적지 않다. 예수님의 37회의 비유 중에 부 혹은 재산에 대한 비유가 17회에 달한다. 돈이나 부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보면,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부에 내재한 영적 위험성, 곧 부요에 대한 양면성이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구약에는 물질적 부는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사상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등 구약의 족장들은 다 부자였다. 창세기 13장 2절에 보면 “아브라함에게 육축과 금, 은이 풍부하였더라”고 하였고,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할 때 물질을 위한 복을 간구하였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창  27:28). 의인이었던 욥은 당대의 보기 드문 부자였고 자신이 소유한 부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축복의 소산임을 인정하고 감사하였다. 그의 모든 소유가 사라졌을 때도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으니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갈지라. 주신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 받을지어다”(욥 1:21)라고 감사하였다. 거듭된 시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포기하지 아니하였을 때 하나님은 그의 재산을 갑절이나 더하도록 부를 허락하셨다. 솔로몬은 그 이전이나 그 이후의 어느 왕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누렸던 왕이었다. “내가 너의 구하지 아니하는 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천하 열 왕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으리라”(왕상 3:13)

이상에서 본 바처럼 성경에서 부(富) 혹은 부요(富饒)는 하나님의 축복의 결과로 언급되고 있다. 특히 신명기에서는 재물은 순종하는 자에게 주시는 보상으로 강조되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만물을 순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복을 주사 네 몸의 소생과 육축의 새끼와 토지의 소산으로 많게 하시며”(신 28:2, 11) “여호와께서 명하사 네 창고와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고...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게 복을 주시며...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일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신 28:8, 12)이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재물을 얻게 하는 능력을 인간에게 축복으로 허락하신다(신 8:17~19). 잠언 10장 22절에서는 “여호와께서 복을 주심으로 사람으로 부하게 하시고”(the blessing of the Lord brings wealth)라고 하심으로 부는 하나님의 선물이며(전 5:19) 축복의 결과임을 말하고 있다.

성경은 물질적 부 그 자체를 정죄하지 않고 있고, 도리어 ‘선택’(창 12:3, 17:16 등), ‘구원’(시 9:6, 11:1), ‘보호와 은혜’, ‘평강주심’(민 6:24~26), ‘전쟁에서의 승리’(창 24:60, 27:29 등) 등과 함께 물질적 풍요도 하나님의 축복의 한 양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가난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이상적인 형태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초기 교부들도 부를 절대시하지 않지만 가난을 이상화하지도 않는다. 부 자체는 본래적으로 중립적이어서 적절하게 사용하면 선한 도구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교부들은 부의 적절한 사용을 강조했을 뿐이다. ‘부의 적절한 사용’이란 다름 아닌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었다(Didache 4:8 등).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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