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난의 행군 선언”, 행간을 읽고 대비하자
상태바
북한의 “고난의 행군 선언”, 행간을 읽고 대비하자
  • 오성훈 목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 승인 2021.04.15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 오성훈 목사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
오성훈 목사

북한은 올해 들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제8차 당 대회 이후 전원회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이어 최근 제6차 세포비서회의가 2박 3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최말단 조직인 세포비서회의 폐막식에서 했던 김정은의 말 한마디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는 언급이다. 간고(艱苦)하다는 것은 어렵고 고되다는 뜻이고,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내었던 시기에 나온 구호다.

평소에 북한과 통일에 관심을 가진 성도들도 북한에 또다시 인민들이 무수히 죽어 나가는 식량난이 닥치지 않을지 벌써 걱정하고 있다. 분명 “더는 허리띠를 조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김정은은 자신의 말을 번복한 듯 보인다. 그만큼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동아일보는 4월 10일 사설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뽑았다; 김정은 “고난의 행군 결심” 주민 굶어 죽어도 核 포기 없단 말. 하지만 이것은 맥락에서 많이 벗어난 해석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수 1:7). 냉철한 정세분석을 할 수 있어야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를 할 수 있다.

우선 김정은 발언의 정확한 표현을 살펴보자. 

“우리 당을 어머니당으로 믿고 따르면서 자기 당을 지키려고 수십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이제는 하나라도 덜어주고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 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북한 언론이 체제유지를 위한 시녀에 불과함을 염두에 두고서 언급 자체에 초점을 맞춰 보면, 김정은이 말한 <고난의 행군>의 대상은 인민이 아니라 당중앙위원회, 각급 당조직들, 세포비서들 즉 핵심계층이다. 그리고 <고난의 행군>의 목적은 인민들의 고생을 덜어주고, 인민에게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오판해서도 안 된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은 김정은의 표현대로 “불리한 자연 기후조건에서도 최고수확연도 수준을 돌파”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사자가 속출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일리NK에 의하면 1달러당 환율은 2020년 1월 27일 8,400~8,460원이던 것이 2021년 4월 5일 6,250~6,300원대로 떨어졌다. 쌀값은 1kg 당 2020년 2월 6일 5,450~6550원에서 2021년 4월 5일 3,600~4,050원대로 하향 안정화 추세다.

자, 그럼 현실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지 얘기해 보자. 현재 북한은 김정은이 자기 말을 번복하고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어렵다. 북한의 핵무기 및 ICBM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역대 최강이라고 할 만큼 강력하게 북한을 옥죄고 있다. 게다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스스로 국경을 걸어 잠갔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여름에는 사상 유래가 없는 긴 장마와 폭우 피해를 입은데다가 태풍이 북한을 통과하면서 황해도와 함경도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 북한의 대응은 20여 년 전과 사뭇 달랐다. 김정은은 전략 자산을 풀어가면서까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했다. 작년 8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일체의 외부로부터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개서한을 통해 당 간부들과 평양시민들을 피해지역으로 동원하여 주택복구를 지원했다.

21세기에 전 세계에서 국가적 차원의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정부와 반군의 내전, 혹은 국정을 책임질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가 없는 것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한은 상대적으로 일사분란한 통치력이 작동하고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뒷배가 버티고 있다는 면에서 그런 나라들과는 다르다. 좀 더 객관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북한체제를 이해하고, 북한 동포들의 실질적인 구원과 해방을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더 깊이 고민하고 기도해야 한다.

우선, 경제제재와 압박으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으로 북한 체제의 내구성을 강화시켰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은 북한의 생존을 위한 틈새가 되고 있다. 남북, 북미 간 대화의 창이 닫히면 닫힐수록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와 예속화는 더욱 강화된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남북,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대화를 구걸하거나 인권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지지하는 남북대화는 인도주의적 이산가족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초월적 역사를 기대하고, 기다리며, 기도해야 한다. 시군 단위에 연합 통일기도운동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통일선교의 스테이션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이후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라 한국교회가 초교파적으로 연합하여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아버지의 품으로 북한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한국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의 안목과 마음이 넓어져야 한다. 이것이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복음통일 준비일 것이다. 제2의 독립운동인 통일선교를 위해 헌신할 제2의 독립투사들이 곳곳에서 더 많이 일어나게 되길 기대한다.

북한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은 지난 8일 폐막한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총비서 김정은은 지난 8일 폐막한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