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게임용어 : 어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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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게임용어 : 어그로
  • 차성진 목사
  • 승인 2021.04.12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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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용례_

A : 와, 이 유튜브 영상 봐봐! 제목이 ‘외계인이 발견됐다’야

B : 그거 제목으로 어그로 끄는 거야. 아직도 그런 거에 낚이냐?

설명_

오늘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선 게임 전략을 아주 살짝 설명해야 하는데요,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되고 몰라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읽다가 조금 개념이 어렵다 싶으면 얼른 다음 문단으로 넘어 가셔도 좋습니다.

어느 게임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모두 다 똑같은 캐릭터를 선택해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을 선택해 전투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캐릭터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을 전투에서 맡게 되지요. 그 중에서 ‘탱커’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캐릭터들은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내구력이 좋아서 상대방의 공격을 잘 버티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탱커가 적들의 공격을 받아주고 있으면 그 사이 다른 캐릭터들이 적들을 대신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탱커의 첫 번째 소양은, 상대방의 주의를 유도해서 자신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특정한 목적을 갖고 상대방의 주의를 끄는 행동을’ 어그로라고 하고, 술어로 쓸 때는 ‘어그로를 끌다’라고 표현합니다. 도발을 뜻하는 영단어 aggravation이 그 어원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이 단어가 조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과도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지적할 때 주로 쓰이지요.

유독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관심 종자’, 줄여서 ‘관종’이라고 종종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삶을 살기도 바쁜 와중에, 과잉 행동, 과잉 감정을 통해서 나의 주의를 빼앗아 가는 사람이 있다면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더욱이 인터넷에서는 ‘어그로’가 더 극심해 집니다. 익명성의 방패 속에서 악플러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인데요. 악플러들의 주요 심리 중 하나는 관심을 갈구하고자 하는 욕망입니다. 그런데 칭찬, 인정과 같은 긍정적인 관심을 끌만한 능력은 없으니, 사람들로부터 오는 비난과 욕을 통해 욕구를 충족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고 분노하게 할만한 글을 써서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고자 합니다. 이런 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지요.

이 어그로는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실제와 다른, 혹은 지나치게 부풀린 내용을 전면에 세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죠. 그 어그로에 속은 사람들은 감정적, 재산적 피해를 입곤 합니다. 특히나 클릭수가 돈이 되어버린 요즘 인터넷 환경에서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어그로가 난무합니다. 심지어 도덕적 선을 넘은 어그로도 넘쳐나지요.

이래저래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 ‘어그로’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이 속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가 갖추어야 될 역량은 진실과 어그로를 구분해서 어그로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겠지요.

다음과 같이 한 번 사용해 봅시다.

‘세상은 쉴새 없이 우리의 어그로를 끌지. 소유 안에 행복이 있다고. 그 어그로에 넘어가지 않는 게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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