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수문장이라는 마음으로 클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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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의 수문장이라는 마음으로 클릭합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4.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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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 ⓺ 공기처럼 섬기는 자막봉사자

갈수록 커지는 예배 속 미디어 영역실수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

 

김은진 집사는 예배당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방송실에서 자막을 넘긴다. 자막을 제작하는 순간부터 예배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김 집사는, 예배 후에도 한참 동안 방송실에 남아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평소에는 인터넷을 찾아가며 PPT 관련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집사는 예배당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방송실에서 자막을 넘긴다. 자막을 제작하는 순간부터 예배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김 집사는, 예배 후에도 한참 동안 방송실에 남아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평소에는 인터넷을 찾아가며 PPT 관련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여느 때와 같은 주일 오전 11, 교회에선 예배가 한참이다. 오늘의 본문을 봉독하는데, 교인들도, 사회자도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스크린에 자막이 넘어가지 않았던 것. 성경 책 없이 예배를 드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막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설교자들은 보통 자막 실수에 대해 언급한다. 성향에 따라 정신을 어디다가 두고 있는 거냐며 호통을 치기도 하고, “살짝 졸았나 보다라며 위트 있게 농담을 하기도 한다. 정중하게 다음번엔 더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식이든 자막 봉사자는 등에 땀이 흐를 만큼 당혹감을 느낀다.

인천 소재 원웨이교회(담임:백남준 목사)에서 2년 넘게 자막 봉사를 맡고 있는 김은진 집사 역시 실수담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다며 웃어 보였다. 김 집사는 주일 예배를 드리는 1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은 매번 긴장이 연속이라며 실수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지기 때문에 경험이 아무리 쌓인다고 해도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집사의 이야기를 듣는데 문득 자막 봉사는 마치 축구의 골키퍼 포지션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가는 대부분의 시간보다 한 번의 실점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예배를 위해 매주 짧게는 30, 길게는 한 시간 가까이 사전 작업을 하지만, 이를 알아주는 이는 거의 없다.

김 집사는 그렇기에 이 봉사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하는 봉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집사는 학생 때는 남들에게 잘 보이는 봉사를 많이 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배를 돕는다. 젊은 시절의 봉사가 일정부분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봉사는 온전히 하나님을 위한 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교회학교며 청년부며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로 인해 봉사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초등학생인 셋째가 엄마 손을 덜 찾을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자막봉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한참 사춘기인 자녀들도 엄마의 봉사를 보며 교회가 무엇인지, 예배가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예배당 한 쪽에 마련된 작은 방이 김 집사가 자막을 넘기는 방송실이다. 김 집사는 이제는 거기가 내 자리 같다예배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좁은 방을 떠나지 않고 이것저것 만져가며 시뮬레이션을 한다. 예기치 못한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PPT를 만드는 순간부터가 예배라며 예배 직전에 들어오는 수정 요청에도 불만 갖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 막 자막 봉사를 시작하는 이들, 그리고 자막 봉사자와 함께 동역하는 사람들을 향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 자리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목사님뿐 아니라 찬양팀과도 긴밀하게 의사를 주고받아야 하죠. 서로 요구할 것이 있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미루지 말고 바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결국은 더 좋은 예배를 위한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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