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가 개혁주의에 반하는 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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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가 개혁주의에 반하는 신학인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3.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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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성 짙어지는 합동총회 ① 복음주의와 결별?

예장 합동총회(총회장:소강석 목사)가 개혁주의 신학의 보수성을 넘어 교단 우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폐쇄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합동총회는 지난달 23일 신학부가 주관한 가운데 ‘총회 신학정체성 선언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은 교단 중진 오정호 목사가 맡았으며, 이날 감사예배 설교는 소강석 총회장이 전했다.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9월 신학부가 정기총회에 청원한 내용을 배경으로 출범했다. 신학부는 “전 세계 개혁신학의 보루인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표방하는 선언문을 작성해 명확하게 선포함으로, 전 세계에 성경에 근거한 개혁주의 신학을 드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자”며 청원했고 당시 청원사항은 임원회에 위임했다. 

청원 내용에서 볼 수 있듯 합동총회는 개혁주의 신학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합동총회만 개혁주의 신학의 정통성을 지켜가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배타성이다. 개혁주의 신학은 합동만이 아니라 국내 보수 장로교단들이 정체성으로 삼는 신학이다. 

더구나 합동 교단 내에서 복음주의가 큰 문제가 있는 조류인 것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총회 신학정체성 선언을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식 설교에서도 소강석 총회장은 “개혁주의는 성경을 절대 원리로 삼고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전적 은혜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런데 “우리 교단이 언제부터인가 개혁주의 신학에서 조금씩 복음주의 신학을 띠어간다는 말을 들었다”며 복음주의 신학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언급한 것은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그는 “우리의 신학적 순혈성, 우리가 지켜야 할 신학의 정체성은 복음주의가 아니라 개혁주의 신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천명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복음주의가 개혁주의와 대치된다는 취지의 발언일뿐더러, 복음주의에 대해 평가절하 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합동총회 내 복음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이번만이 아니다. 근래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교류를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단 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104회 총회에서 신학부가 “WEA가 교단 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총회에 다시 헌의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헌의안 추진에 반대하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명혁 원로목사,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원로목사, KWMA 강승삼 전 사무총장, 총신대 박용규, 성남용 교수, 합신 이승구 교수, 안양대 이은선 교수,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등 교계 원로와 보수 신학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합동교단이 가진 영향력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기류가 한국교회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며 적극 나선 것이다. 

교단 내 한 목회자는 “개혁주의 신학에서 복음을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복음주의 신학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러한 시도가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신학적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야겠지만 다른 의도에서 교단 내 정치적 흐름들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이제 활동을 시작한 ‘총회 신학정체성 선언을 위한 준비위원회’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폐쇄적 경향이 짙어지는 교단 내 기류는 걱정스럽다. 

위원장 오정호 목사는 “종교개혁 시대에 외쳤던 5대 솔라를 우리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위해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임무를 맡겨주신 것 같다. 아마 수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더 겸손하게 진행하겠다”면서 연구 결과물에 대한 전국적인 공청회도 예고하며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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