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리부치오네 우니베르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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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리부치오네 우니베르살레”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1.03.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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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오디션 참가자중 최고다.” 세계적인 규모의 오디션프로그램 ‘X-factor’의 심사를 맡은 ‘폴라 압둘(paula abdule)’이 한 말이다. 이런 찬사는 모두가 원하는 본성적 기본 욕망이다. 특히 ‘아이돌이나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또한 자기 발전과 성숙의 척도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순위매기기’는 거의 광적수준이다. 모순은 그렇다고 이것들을 통해 성공의 실현을 이룬 경우는 거의 없다.

오디션프로그램은 요즘 예능 프로의 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다. 노래, 연기, 화술, 개그, 댄스 등등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자신의 필살기를 가지고 나와서 평가를 받고 으뜸이 되기를 바란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누가 오래 버티고 살아남는가를 겨루기도 한다. 심지어 어느 교회가 얼마나 큰 건물을 짓고 상당한 재정을 운영하며 구제와 선교를 많이 하는가에 등수를 매기면서 자랑거리를 삼는 일도 생겨났다.

지난해 프란체스코 교황이 “지금은 ‘유니버설 베이직 웨이지’를 고려할 때다(Pope Francis says it might be time to consider a universal basic wage)”라고 했다. 그런데 영어로 번역된 이 말의 단어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문의 라틴어로는 ‘레크리부치오네 우니베르살레(Retribuzione Universal)’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일을 한 만큼 갚거나 보상해주는 임금’이다. 

그런데 언쟁이 붙었다. 한 사람은 평소 자신의 주장에 의미를 부여받았다고 ‘기본소득’이라 했고, 다른 이는 ‘보편적 기본임금’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원문의 뜻에 가깝다고 우긴다. 그러나 교황이 던진 단순한 말 한마디에도 속내를 드러내며, 정치적 이해상관으로 우열을 매기고 최고의 자리에 서야만 하는 그들의 심정에 민망함이 든다.

현실적 의미상 ‘생활임금’이라는 말과 ‘기본소득‘ 사이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미묘한 동질성을 차별화하여 크게 정치화시킬 수도 있는 여지의 말이다. 한 가지 묻고 싶다. 당신들은 정녕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최저의 생활형태가 어떤 모습인지를 아느냐고 말이다. “정치란 바른 질서”의 뜻이 있다. 순서 없는 말은 장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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