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불안한 청년들…“한국사회는 돈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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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안한 청년들…“한국사회는 돈이 최고”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3.02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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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세계관이 흔들린다 - ① 크리스천 청년들의 경제관

기독청년 40.4%, 성경말씀 지키는 삶 ‘성공못한다’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 부족이 현실과 괴리감 야기
같은 공감대 이룬 청년 연대하는 ‘소그룹’ 만들어야

미래가 불안한 2030 크리스천 청년들이 한국사회를 향한 비관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의 비관적 인식에는 일자리 문제와 경제 양극화, 부동산 등의 경제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정재영)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가나안 성도를 포함한 기독 청년남녀(19세부터 39세 이하) 700명을 대상으로 ‘기독 청년들의 사회 및 신앙의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크리스천 청년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으로 ‘우리 사회는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가 92.3%로 가장 높았고, ‘우리 사회는 현재보다 더 높은 계층으로 상승하는 게 매우 어려운 사회’가 86.4%, ‘우리 사회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가 85.1%로 그 뒤를 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깊이 파고든 물질 중심주의에 대한 기독 청년들의 냉소적인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독 청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질적인 현실문제를 알 수 있는 설문조사도 공개됐다. ‘한국사회 직면 문제점’에서 1순위와 2순위를 골랐는데 1+2순위를 합한 응답에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36.9%로 가장 높았고 ‘일자리/취업문제’가 34.3%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부동산 문제’ 28.7%, ‘저출산고령화문제’가 24.6%로 그 뒤를 이었다. 기독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항목으로 ‘요즘 생활 관심사’를 묻는 질문에 ‘경제적 여유’가 22.7%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안정적 일자리/취업’이 16.7%, ‘주택/부동산’이 12.3%로 뒤를 이었다. 

‘돈이 최고가 된 사회’라고 생각하는 기독 청년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의 시선에 맞는 신앙교육이 요청된다. 
‘돈이 최고가 된 사회’라고 생각하는 기독 청년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의 시선에 맞는 신앙교육이 요청된다. 

‘경제위기’ 체감하는 청년들

자신의 미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도 ‘경제적 이유’가 컸다. 본인의 미래 전망으로 ‘희망이 있다’는 71.9%, ‘희망없음’은 20.1%로 조사됐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개인적 이유는 ‘경제력(재산, 소득 등)이 부족해서’가 54.9%였고, 사회적 이유로는 ‘돈이 있어야 성공의 뒷받침이 되는 사회이므로’가 35.7%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임시·일용 근로자 수는 499만 5천명으로 1년 전(579만명) 보다 79만 5천명(13.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도 크게 감소한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고용을 포기하고 단순 취미생활에 몰두하며 현실을 회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천 청년 A씨는 “구직활동을 해봤지만 눈을 낮춰도 당장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면접 기회도 거의 오지 않아 지금은 스트레스가 너무 커 그냥 집에서 게임과 VR 기기를 사서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했다 할지라도 주식과 부동산 열풍에 탑승하며 짜릿한 ‘한방’을 노리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도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크리스천 청년 B씨는 “직장인 월급은 대기업이 아닌 이상 모아서 티끌 모아 티끌이다. 10년 벌어 서울에 집 한 채 장만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차라리 탄탄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훨씬 더 전망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월급을 모두 OO종목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높은 취업률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민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기독교 신앙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조사에서는 크리스천 청년 40.4%가 ‘성경말씀을 지키며 살면 이 사회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61.7%가 ‘성경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별로 없다’고 응답해 많은 기독 청년들이 현실적 삶과 성경적 가르침 사이에 큰 괴리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현재보다 미래를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세대가 처해있는 현실의 어려움이 보인다. 특히 경제수준이 낮을수록 우리 사회를 더 부정적으로 보고 삶의 만족도도 낮았다”면서 “교회가 이들에 대한 관심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기독 청년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들어온 KOSTA 국제총무 유임근 목사는 “요즘 청년들의 현실이 이전 기성세대와는 너무 다르다. 너무 다재다능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지만 사회구조적 문제로 취업이 어렵고, 극심한 부동산 양극화 상황에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이 클 것”이라며 “교회가 이들의 아픔을 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 목사는 “조언을 해주기보다 같은 고민을 가진 청년들이 연대하며 문제를 나누고 방법을 스스로 찾고 공유하는 ‘창조적 소그룹’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소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코로나 시대에 신앙적 공감대를 가진 크리스천 청년들이 함께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말씀을 ‘콘텍스트’로 가르쳐야


이러한 비율이 가나안성도의 신앙의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독 청년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신앙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한국교회의 책임 문제도 대두된다. 정재영 교수는 “청년들이 성경말씀 대로 사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며 “교회가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의 시선에서 신앙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씀을 지키며 사는 것이 사회의 성공과 거리가 멀다’고 응답한 것에 대해서는 말씀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와 충분한 묵상이 없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며 경계를 요청했다. 성경의 말씀을 텍스트를 넘어 우리의 현재와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콘텍스트’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당부한 유임근 목사는 “성경이 현장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성경에 대한 깊이나 ‘앎’ 자체가 얇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 청년세대가 가진 아픔은 이해하지만, 불공정하고 불의한 사회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바른 크리스천 청년의 자세”라며 교회 차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성경공부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유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지적 호기심에 민감하지 못했고 이들의 필요를 채우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교회가 청년들의 질문에 반응하고 답할 수 있는 반응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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