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결혼해야 하나요?”, ‘나 혼자 사는’ 크리스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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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결혼해야 하나요?”, ‘나 혼자 사는’ 크리스천 청년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3.02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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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세계관이 흔들린다 - ② 크리스천 청년들의 결혼관

크리스천 청년들, “결혼할 생각 있다” 55.6%
교회가 연합사역으로 ‘매칭 프로그램 진행해야’
“싱글이 사역 주축이 되는 교회 시스템 만들자”

크리스천 청년 김수정 씨(가명·42)는 하나님이 짝지어준 배우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여전히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으며 혼자 사는 삶이 이젠 익숙하다. 지금은 청년부에 속해 있지만, 점점 나이가 듦에 따라 ‘청년부’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처럼 나이가 많은 청년들은 교회에서 청년부라고 하기에도 장년부라고 하기에도 애매해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면서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사귀고 싶어도 대부분이 기혼자이고 아이도 있어 관계 맺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 혼자 산다’를 택하는 크리스천 미혼 청년도 늘어가고 있다. 전국에 1인 가구가 600만이 넘는 시대에 1인 가구 네 명 중 한 명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결혼에 대한 2030 크리스천 청년들의 인식은 어떨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소장:정재영)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가나안 성도를 포함한 기독 청년남녀(19세부터 39세 이하) 700명을 대상으로 ‘기독 청년들의 사회 및 신앙의식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 시대, 2030 크리스천 청년들의 현실 인식과 관심사,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조사로 진행된 가운데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도 엿볼 수 있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 혼자 산다’를 택하는 크리스천 미혼 청년도 늘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 혼자 산다’를 택하는 크리스천 미혼 청년도 늘어가고 있다

경제수준 낮을수록 결혼의향 낮아

이들의 결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 10명 중 7명은 결혼하지 않은 것(67.6%)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결혼 의향을 묻는 질문에 ‘결혼할 생각이다’는 55.6%,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16.7%,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7.6%였다. 결혼 의사는 남성(61.0%)이 여성(51.0%) 보다 높았으며, 부모의 경제수준과 본인의 경제수준이 ‘중’ 층 이상인 청년이 ‘하’ 층보다 결혼 의사가 더욱 높았다.

그렇다면 기독 청년들이 비혼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천신대 설문조사에서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가 41.3%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18.8%, ‘얽매이며 살고 싶지 않아서’가 13.8%, ‘결혼제도 자체에 불합리한 면이 많아서’가 11.3%였다. 이밖에 ‘가족으로 함께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7.5%)’와 ‘주위에서 보면 결혼생활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6.3%)’, ‘기타(1.3%)’가 뒤를 이었다.

정재영 교수는 “비혼 이유로 부모의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높았지만, 부모 경제수준이 낮은 청년일수록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높았다. 경제 수준이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지만 쉽사리 결혼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 크리스천 청년 김신일 씨(가명·33)는 “사실 집값도 너무 비싸고, 당장 결혼을 해도 직장 근처에 집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 차일피일 결혼을 미루고 있다. 성경에서도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크리스천 청년 대상의 결혼 인식조사가 많이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크리스천 미혼 청년 사이에 반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8년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공동대표:송길원 김향숙)가 크리스천 미혼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8.2%는 “결혼할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6.4%만이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25.4%는 “고민 중”이라고 응답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56.2%는 결혼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라고 답한 반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라는 응답에 37.7%가 응답했다.

성경적 결혼은 ‘계약’이 아닌 ‘언약’

하이패밀리 김향숙 공동대표는 “요즘 청년들 대다수가 결혼을 성경적 가치관이 아닌, 물질 중심적 가치관과 자기중심적 잣대 위에 놓고 있다”면서 “성경에서 결혼은 ‘언약’이지만, ‘계약’적 관점으로 자신의 유익에 따라 판단해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매스컴에 1인 가구, 졸혼과 이혼 등을 다루는 콘텐츠가 무차별로 들어와 이 시대 청년들을 공격하고 있다. 교회가 성경적 결혼관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르치지 못하니 세상 문화에 세뇌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회가 적극적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르치고 성경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와 비혼 청년들이 늘어가는 사회적 추세와 달리 크리스천 청년들의 비혼 문제는 남녀 성비에 따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교회의 청년부 남녀 비율이 적게는 6대4, 많으면 8대2 등의 여초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제대로 된 짝을 만나지 못해 비자발적인 미혼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교회 안에서 짝을 만나지 못했다는 김현아 씨(가명‧38)는 “사실 결혼해 가정을 일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같은 청년부에 결혼적령기의 남성은 소수에 가깝고, 결혼을 생각할 만큼 눈에 들어오는 사람도 찾지 못했다. 사실 소개팅이 아닌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는데 나이가 들수록 초조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크리스천 미혼 청년들의 만남을 위한 ‘싱글벙글 세미나’를 오래 진행해온 김향숙 대표는 “사실 크리스천 청년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너무 적다. 교회가 청년들의 고민을 존중하고 이 시대 만남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여러 교회가 연합해 청년들을 위한 매칭 프로그램을 연합사역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청년들이 세상 속의 가치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교회 청년부가 이 프로그램을 주도해야 하며, 이 일을 멘토링할 수 있는 사역자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싱글 미니스트리’가 필요하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비혼’을 선택한 크리스천 청년들이 교회에 설 자리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청년부 내에 20대부터 40대까지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난 경우 보이지 않는 갈등도 생겨난다. 나이대로 청년부를 묶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지만, 싱글인 경우와 기혼인 청년들은 다른 입장에서 서로를 어떻게 섬길지 몰라 난처한 경우도 있다. 결혼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과 필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급증하는 미혼 청년세대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뉴젠크리스천 아카데미 대표 탁영철 목사는 ‘싱글의 파워’라는 저서에서 1인가구 청년세대를 위한 ‘싱글 미니스트리’를 강조한다. 탁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에 ‘싱글세대’의 폭발적인 증가가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부흥을 위해 ‘온전한 가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싱글세대를 받아들이고 이들을 위한 ‘싱글 미니스트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성경의 싱글들을 연구해 그들이 어떤 위대한 인생을 살았는지를 인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수님이 결혼생활을 하지 않은 것은 결혼이나 로맨틱한 인간관계, 그리고 성적인 경험이 완전한 인간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란걸 의미한다”며 로맨스나 결혼이 없는 ‘싱글의 삶’ 그 자체도 온전한 인생임을 강조했다.

물론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면, 성경적 창조질서를 바탕으로 “둘이 연합하여 한 몸(창1:27)”을 이뤄 가정을 이루고, 하나님의 소명과 언약에 기초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싱글로 살고 있고, 싱글의 삶을 결정했다면 이에 따른 성경적 사명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회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

탁 목사는 “싱글에게 위로와 도전을 주며 사명감을 갖도록 인도해야 한다. 교회는 싱글들을 배려하는 정도를 넘어서 사역의 주축이 되는 교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싱글은 인간적 친밀함보다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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