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서할 수 없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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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용서할 수 없는 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2.22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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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이 과거 학창 시절 학우들을 폭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이른바 학폭 미투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학폭 미투는 최근 연예계로 번지며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양새다.

학폭 미투와 관련된 기사를 읽다 보면 기억하기 싫은 군복무 시절이 떠오른다. 벌써 15년도 지난 일들인데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들은 왜 그렇게까지 잔인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 저항도 제대로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었던 걸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극단적인 선택의 문턱까지 갔던 당시의 기억은 어떤 식으로든 남아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인지 지금 터지고 있는 학폭 미투를 바라보며 피해자들이 어떤 심경일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최근의 학폭 미투의 양상이 지나치게 마녀사냥의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SNS 상의 난무하는 말들을 보면 모두가 피해자들인 것 같다. 내가 혹시 가해자는 아니었을지 성찰하는 목소리는 희미하기만 하다.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지목된 자체로 인격 살인에 가까운 악플 세례에 휘말리고 만다. 훗날 폭로가 거짓으로 밝혀진다 해서 손상된 명예를 완전히 회복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미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겪었지만 학습의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로 지목된, 혹은 가해자로 밝혀진 이들에 대해 학폭은 용서 할 수 없는 죄라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죄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것과 별개로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그런 말을 쉽게 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용서 받은 죄인이기에, 타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적용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교회의 존재감이 용서의 실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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