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시설된 교회, “간판까지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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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시설된 교회, “간판까지 내려야 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2.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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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 작은교회가 무너진다

방역지침 지켜도 민원 제기… 커지는 부정적 인식
“개척교회 임대는 꺼리는 건물주, 폐쇄 우려한 듯”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교회 생태계 지형에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규모가 있는 자립 교회보다 기반이 약한 미자립 교회 또는 개척 교회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무려 76%에 달했다. 일 년 전 ‘신뢰 한다’고 했던 응답도 32%에서 21%로 추락했다. 특히 개신교인의 신뢰도가 70%인 반면 비개신교인은 9%에 불과할 정도로 교회에 대한 인식은 극단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현장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교회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전도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비대면 종교 활동을 요구할 때에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 혼자 찬양만 불려도 민원이 제기됐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하고 있는 A 목사는 얼마 전 교회 외부 간판을 직접 내려야 했다. 방역지침을 항상 준수하는데도 예배만 드리면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A 목사는 “보건의료 직종에 종사하면서 자비량 목회를 하고 있다. 더욱 철저히 방역지침을 지킬 수밖에 없지만 교회를 보는 인식은 매우 좋지 않다”면서 “일단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하고 성도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돌봄 목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일 년 전 개척한 B 목사는 엘리베이터에 추수감사주일 안내 전단지를 붙이던 중 건물관리인으로부터 “괜찮겠냐”며 걱정스러워하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건물관리인이 민원 신고가 계속 될까봐 걱정해주는 반응을 보면서, B 목사는 교회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다른 상가 업종들도 민원 때문에 어렵다고 하잖아요. 교회는 더한 것 같습니다.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 예배를 드려도 집단감염이 교회에서 나오는 것을 보는 세상 사람들 눈에는 예배를 강행한다고 보일 뿐이죠.” 

최근 교회 개척을 추진하면서 아예 임대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여럿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건물주에 따라 교회 임대를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편적인 경향이 된 것 같다고 개척 목회자들은 토로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개척을 준비한 C 목사는 “교회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상가를 분양하는 업체들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더라”면서 “코로나19 가운데 개척한다고 하니까 먼저 개척한 목회자들이 만류했지만 일단 온라인 예배부터 드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개척을 준비했지만 역시 예배처를 마련하지 못한 D 목사는 교회가 기피시설화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D 목사는 “지역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나오면서 건물 폐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꺼려한다”면서 “방역지침을 어긴 몇몇 교회와 단체들 때문에 그분들이 평생 전도한 것보다 교회를 떠나게 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싶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작은 교회의 고통은 더 커 보인다. 재정적 어려움 뿐 아니라 주민들의 날선 시선까지 더 가까이에서 마주해야 하는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상생의 협력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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