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한국교회 신뢰도 급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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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한국교회 신뢰도 급락 ‘비상’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2.0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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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교회 신뢰한다” 32%에서 올해 21%로 하락
교회 공공성 기대는 커, “신뢰 회복 위해 꾸준히 노력해

코로나19가 창궐해온 지난 일 년 동안 한국교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 신뢰도 차이까지 극명하게 갈려 신뢰도 회복을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지용근)가 지난 12~15일 일반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정부 방역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 평가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교회를 신뢰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 같은 반응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이었던 작년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일반 국민 1천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했던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기윤실 조사 당시 ‘한국교회를 신뢰 한다’는 응답 비율은 32%였다. 불과 일 년 만에 11%P나 하락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조사에서 ‘매우 신뢰’는 5%, ‘약간 신뢰’는 16%에 그쳤으며,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28%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48%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모름 3%).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신뢰도 감소세가 확인됐지만 이번처럼 일 년 만에 급격하게 추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핵심 원인은 교회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교회 신뢰도 하락에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다른 설문조사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방역당국이 지난 21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의 감염원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면, 종교시설 확진자 비율은 1년 동안 전체 감염자의 11% 수준이었다.

코로나19 감염 경로별 비율을 보면, ‘확진자 접촉’이 38%로 가장 많고 ‘다중이용시설’ 12%, ‘종교시설’ 11%, ‘신천지’ 10%, ‘요양시설’ 8%, ‘직장’ 7%, ‘가족지인모임’ 7%, ‘의료기관’ 5%, ‘교정시설’ 2%, ‘8·15집회’ 1% 등이다. 

그런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실제 종교시설 내 감염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교회발 확진자 비율’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했을 때 결과는 매우 의미심장 했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른 바 ‘교회발 확진자’는 평균 44%에 달한 것이다. 실제보다 무려 4배나 많게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교회 내 감염자 발생이 적지 않았고, 다수가 모이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고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부 종교시설의 일탈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들의 집중 포화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용근 소장은 “실제 교회 내 감염자 비율보다 국민들이 더 높게 인식하는 이유는 대량 확진자가 교회 및 관련 시설에서 발생한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인식과 사실의 격차에서 언론의 책임도 있지만 우리의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교회발 감염 인식이 과도하다고 해서,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자연스럽게 회복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국민들은 ‘종교의 자유 제한’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종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기 보다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예장 합동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31%였지만,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1월 조사에서는 1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공익을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답변은 59%에서 86%로 역시 큰 상승폭을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방역당국 조치가 얼마나 공정한가’를 물었을 때 응답자가 49%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부정적 반응을 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단기간에 해법을 강구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교회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지난 11월 설문조사에서 ‘향후 한국교회가 집중해야 할 분야’에 대한 질문에 ‘자기 교회 중심에서 벗어난 교회의 공공성’이 개신교인 39%, 비개신교인 49%가 동의해 가장 많았다. 

백석대 김상구 교수(실천신학)는 “교회가 신뢰도 회복을 단기간에 이뤄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세상 공동체를 위한 역할을 강화하고 조금씩이라도 신뢰를 회복할 때 교회를 향한 인식과 신뢰도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코로나19 가운데 각각의 교회들이 지역사회 공동체를 배려하고 노력을 기울여갈 때 공교회적 세움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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