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의 인위적 제거는 모두 ‘죄’라는 엄격한 기준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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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명의 인위적 제거는 모두 ‘죄’라는 엄격한 기준 세워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1.2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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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기독교와 사회문제 : 낙태(3)

초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그 시대의 악이자 생명 파괴인 영아유기와 낙태를 금지하고 반대했다.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인드로 몬타넬리(Indtro Montanelli)는 자신의 ‘로마제국사’에서 이렇게 썼다. “낙태와 유아 살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사회풍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미에서 이것들은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는 신자들에게 고아들을 양자로 입양하고 기독교 교리에 따라서 교육 하도록 당부하고 있었다.” 이런 점이 기독교회가 보여준 생명 존중사상이자 생명 윤리였다. 결과적으로 기독교 공동체의 출산율은 이교 사회보다 상대적으론 높을 수밖에 없었다. 

미니키우스 펠릭스는 자신의 변증서에서 “날마다 우리의 수는 증가일로에 있다”며 그것은 “우리의 건실한 생활양식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회는 혼인을 신성시했을 뿐 아니라 자녀는 하나님의 선물이자 상급으로(시 127:3) 이해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성행위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 자녀출산을 위한 것으로 보았고 출산과 육아는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였다. 

이와 같은 낙태 반대 주장은 그 이후 시기에까지 변함없이 중시되어 4세기의 크리소스톰(Chrysostom, c. 347~407)이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354~430) 같은 교부들도 낙태를 정죄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만큼 강하게 반대하고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만큼 비중 있게 영향을 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결혼과 성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녀출산이라고 보았고, 괘락을 위한 성행위를 반대했다. 성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였다. 이런 가르침을 따랐던 초기 기독교는 생명 존중 사상을 보여 준 것이다. 

정리하면, 초기 기독교는 영아 유기나 낙태뿐만 아니라 산아제한도 반대했다. 구약의 오난의 체외 사정이 정죄되었듯이(창 38:8~10) 의도적이거나 인위적인 산아제한은 부당한 것으로 인식했다. 교부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예컨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이렇게 썼다. “인간의 번식을 위해 하나님이 고안한 정자를 헛되이 사정하면 안 되고 파괴하거나 허비해서도 안 된다.” 초기 기독교회는 동성애(롬 1:26), 항문성교, 구강섹스 등 당시의 난잡한 동생애나 성행위도 분명하게 반대했다. 초기 기독교 문서에서 이런 점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면 기독교 공동체에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예컨대 바나바서신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너는 우리 귀에 들리는 것처럼 더러움을 위하여 입으로 불의를 행하는 남자들과 같이 되지 말라. 그들의 입으로 불의를 행하는 부정한 여인과 연합하지 말라.”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기독교는 그 시대의 풍조에 맞서 영아 유기나 살해, 낙태, 동성애 등을 반대하면서 건실한 가정윤리를 강조하였고, 유아나 영아, 장애를 가진 아이라도 할지라도 인간 생명의 인위적 제거는 범죄라는 점을 가르치고 고아들을 돌보고 양육했는데 이것이 초기 기독교가 보여준 생명윤리였다. 초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검투사들의 격투기를 반대한 것이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주의(pacifism)를 지행한 것도 생명 윤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영아 때 버려졌으나 노예 장사꾼에 의해 길러져 노예로 팔렸으나 후에 기독교 문필가가 된 헤르마스는 ‘여덟 번째 명령’에서 이렇게 썼다. “간음과 성적 방종, 과음, 악한 사치, 과식, 부, 자랑, 교만, 오만, 거짓말, 비방, 위선, 복수심, 욕설 등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삶 가운데 가장 악한 것들이다. <에버하르트 아놀드, 초기 그리스도인의 육성, 291쪽>.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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