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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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가수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1.01.26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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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40)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JTBC에서 ‘싱어게인’이라는 무대가 진행 중입니다. 나오는 가수들이 무명 가수들이고, 자기 이름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번호로 나오는데요. 그 가수의 번호가 40호 여자 가수였습니다.

40호 가수가 나오자마자 심사위원으로 나온 이선희 씨가 “아유~ 어떡해” 하고 고개를 숙이고, 옆에 있던 유희열 씨가 “왜? 왜?” 하고 묻다가 “아~! 참 미치겠다” 하며 고개를 잠시 숙입니다.

“그 40호 가수는 과연 어떤 가수일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소심한 관종 가수다”라고 말합니다. 12년 정도 코러스 생활을 하던 가수, 이선희 씨 뒤에서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주인공이 아닌 뒤에서 돕는 자리에 섰던 가수였습니다. 마침 심사위원 유희열 씨는 알고 있던 그 40호 가수를 가리키며, “여기 심사위원으로 있는 분들보다 더 많은 무대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주인공이 아닌 자리였구요.

그 가수는 “가수라는 직업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자리잖아요, 그런데 저는 소심해서 그걸 못해요, 그러나 나의 음악을 하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라는 말을 합니다.

제 친구 중 다른 교단에서 큰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교단 정치에 휘둘려서 오랫동안 고통을 당하기도 했구요. 누구보다도 그 친구를 가까이서 보아왔던 저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뭘 그렇게까지 참고 지내나 싶어 속상하고 안타까울 때도 있는 친구입니다.

오래 전 그 친구가 속한 교단의 목회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동료가 그렇게 억울한 일 당하면 서로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중 어떤 분이 저를 굉장히 딱하게 보는 표정으로,
“왜 그 목사님 편을 들어야 합니까?” 
“아니 같은 동료 목사님이 정말 억울한 걸 알고 계시잖아요?”
“왜요? 이해 안 되세요? 그 목사님이 사라져야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데, 왜요?”
이 대답이 저를 “욱”하게 했구요.
“아니~ 그러면 그 자리에 계시면 진짜 그 자리를 감당하실 수 있으세요?”하고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자리가 참~ 씁쓸하면서도,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신학생들 자리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 그 자리, 자기가 맡은 자리도 부흥시키지 못하고, 부흥시켜본 경험이 없다면 절대로 개척 생각을 하지 마세요. 내가 개척하지 않아도 주님의 나라는 걱정 없습니다” 하고 말했구요. 진심이었지만 격려되는 말이 아니라, 그 이후 두 번 다시 저를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나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도 잘 안 되는 것도요, 그럼에도 그 길로 가길 소원하는 우리가 되길.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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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신 2021-01-26 20:18:10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