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발생 1년, 상처 딛고 일어선 명륜교회
상태바
코로나 확진자 발생 1년, 상처 딛고 일어선 명륜교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1.22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가 피해자라는 마음으로 성도들 끌어안아”

코로나 상처, 교회가 함께 보듬고 위기 극복
기독교인들이 ‘삶과 신앙’으로 모범 되기를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한 후 정확히 1년이 지났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 마음 편히 대화하기도 어려워졌다. 코로나 확진자는 모두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감염자라는 점에서 모두가 ‘피해자’다. 하지만 확진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잃은 것도 모자라 전염에 대한 우려로 이웃 간의 관계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확진자가 나온 교회가 입는 상처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인들의 건강과 관계를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확진자가 다녀간 교회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향후 지역사회 전도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강추위는 물러갔지만 여전히 영하권 기온이 계속되던 14일 오전,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명륜교회(담임:박세덕 목사)를 찾았다.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가 있는 혜화동의 거리도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한산했다.

코로나 초창기 명륜교회는 한국교회에선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목회환경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위기를 딛고 다시 새로운 도약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1년, 교회가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목회환경에 있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박세덕 담임목사를 통해 들었다.

14일 오전,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명륜교회(담임:박세덕 목사)를 찾았다.
코로나 확진자 발생 후 1년, 명륜교회가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목회환경에 있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듣기 위해 교회 집무실에서 박세덕 담임목사를 만났다.

온라인예배 첫 전환…반발도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말, 명륜교회에 ‘6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교인들 중에서도 추가 감염자가 나왔다. 그로 인해 당시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는 폐쇄됐으며,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거리에는 보건소 관계자들만 나와 삼엄한 분위기 속에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박세덕 담임목사를 비롯해 교회의 중직자들은 6번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즉시 격리조치에 들어갔으며, 주일예배는 온라인예배로 전환됐다. 교회적으로는 전례 없는 위기상황이었다.

박 목사는 “당시는 코로나 발발 초기였기에, 교회와 지역사회가 느끼는 공포감은 엄청났다. 교우의 확진 소식을 듣고 밀접 접촉자들이 모두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교회당이 폐쇄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상심이 컸다”고 회고했다.

당시 명륜교회는 한국교회로는 처음 코로나로 인해 예배당이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교인 중 한 명이 중국에 다녀온 지인을 만나 감염이 됐고, 그와 밀접 접촉자였던 박세덕 담임목사를 비롯한 8명의 교회 중직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후 6번째 확진자와 그의 가족, 그와 교회에서 식사한 신도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지역사회를 위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박 목사는 “첫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 모두 교회의 일꾼들이었기에 교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성도 중 한 명이 더 나왔지만 더 이상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장년부만 500명이 출석하는 예배에서 확진자가 그정도에 그친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고. 박 목사는 “일부는 정부의 지침에 무조건 맹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말씀에 비추어볼 때 우리가 모여 예배하는 것보다 비대면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설득했다. 이러한 결정에 잘 따라와 준 교인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전염병 앞에는 모두가 ‘피해자’

처음에는 지역사회의 불안감도 컸다. 교인들이 단순한 진찰을 위해 인근 병원에 가도 ‘명륜교회 출신’임을 체크해야 했으며 교인으로 확인될 경우 병원 출입마저 어려워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교회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자 교인들의 마음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목사는 불안한 교인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했으며 지역사회에 미칠 파급력도 고려해야 했다. 박 목사는 “물론 방역이 가장 우선이었지만, 지역사회에 복음의 문이 막히면 어떠할까 우려가 컸다. 그렇기에 철저히 자가격리를 지켰으며 이웃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철저히 정부의 지침에 따르려 했다”고 전했다.

교회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는 확진자도 감염병의 ‘피해자’라는 마음으로 끌어안도록 노력했다. 코로나는 전염병의 특성상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감염시켜 관계의 상처를 주기 쉽기 때문. 그로 인해 교회가 분열되고 갈라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목회자를 비롯한 교인들의 감염이 지역사회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면서 교회가 폐쇄되고 지금은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다.

박 목사는 “어쩌면 확진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과 이웃에게도 전염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라며, “주변에 피해를 끼쳤다는 미안함과 함께 자신도 누군가로 인한 감염자라는 점에서 오는 원망은 관계의 상처를 가져오기 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 확진자는 모두가 피해자이며 누구든 걸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상처를 주지 않도록 했다”면서 “지금은 첫 확진자를 비롯해 추가 확진자 가정 모두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륜교회 전경
명륜교회 전경

이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과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정부의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현장예배를 강행해야 한다는 교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툼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이 문제는 병마와 인간의 싸움”이라면서 “질병을 관리하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이 있다. 세상 속 고난을 겪더라도 위로부터 오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것이 성경말씀이 가르치는 바”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현장예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박 목사는 “1953년 설립된 명륜교회는 고신 측에 뿌리를 둔 대한예수교장로회 계신측 총회 소속으로 철저한 보수신앙 위에서 주일성수를 지켜왔다. 물론 모여서 예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우리의 이웃에게 피해가 돼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가 진짜 예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커진 지역사회를 끌어안는 일도 과제다. 지금 당장 직접적인 선교활동은 할 수 없더라도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경이 아닌 잘못된 신앙관이나 정치적 견해를 따라 움직임일 경우 국가 전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개인이 성경의 기독교 윤리에 입각한 신앙생활을 할 때 다시 기독교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개개인이 삶과 신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