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과 당뇨약을 왜 못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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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과 당뇨약을 왜 못 끊을까?
  • 송태호 원장
  • 승인 2021.0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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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행복한 신앙-40

50대 중반의 환자가 혈압이 높아 직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환자는 수 년 전부터 혈압이 높아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될 때마다 근처 병원을 방문하여 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여 혈압이 떨어지면 다시 일을 하였고 지속적으로 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질병을 치료하는 표준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 과정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느냐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성도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하는 목사의 고민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치료를 안 받고도 멀쩡히 잘 사는 사람들도 있고, 예수님 믿고 구원을 받지 않아도 남이 보기엔 멀쩡히 성공한 삶을 누리는 이도 있기에 설득은 더 힘들어진다. 아픈 사람이 더 치료를 잘 받고, 넘어졌던 사람이 더 예수님을 신실하게 믿는 이유인 것 같다. 반면 치료를 열심히 받고 의사의 조언을 충실하게 지켜 투약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다.

“000씨! 이번 달부터 모든 약을 중단하고 정기적으로 진료만 받아보지요. 그 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럼 약은 이제 안 먹어도 되는 건가요?”

“일단은 약을 중단해 보죠. 줄인 체중을 유지하고, 지금처럼 생활하신다면 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정기적으로 진료는 받으시구요.”

이것은 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약물을 복용해 오던 환자와 모든 약을 일단 중단하기로 결정하며 나눈 대화다. 1년 전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들고 배우자와 함께 내원한 30대 중반의 환자는 검진 결과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체중 110kg의 비만상태인 환자는 업무가 과중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주말에는 등산 등의 운동도 하였고 음주는 하였으나 비흡연자였다. 과체중에 혈압이 높았고 혈액 검사상 알콜성 지방간이 있었으며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소견도 보였다. 30대 중반에 3대 성인병이라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을 다 가질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된 것이다. 이번 검사 1년 전의 건강검진에서도 약간의 이상이 있었지만 조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별 생각 없이 지냈다고 했다.

이런 환자는 당연히 ‘대사증후군’에 속한다. 증후군이란 병명이 붙은 것은 대개 그 병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이 여러 가지여서 정확한 병의 모습을 알기 어려울 때 쓴다. 현대인들은 열량 섭취에 비해 운동에 의한 열량 소모량이 적어 점점 체중이 늘게 된다. 이런 과정에 우리 몸에 에너지를 담당하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게 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병들의 집합체를 대사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몸의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으로 돌아올 여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검사결과를 설명하면서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과 식이 조절을 충실하게 한다면 정상으로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나의 희망적인 말에 기뻐했지만 이내 혈압약이나 당뇨약은 한 번 복용하면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약을 먹었기 때문에 계속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약을 복용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약을 복용하다가 약 복용의 필요가 없어지면 당연히 복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약을 복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계속 복용하는 것이다. 이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와 더불어 약 1년에 걸쳐 20kg이 넘는 감량으로 매달 진료 받을 때 마다 눈에 띄게 호전된 모습을 보였고 점차적으로 약의 복용량도 줄여 드디어 약복용 중단을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도 1년에 여러 명이 약 복용을 의사의 허락 하에 중단한다. 이렇게 좋아진 환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수년간 약 복용 없이 잘 지낸다. 이것은 100% 환자의 노력이다. 의사의 역할은 그런 환자의 의지를 북돋우고 점차 호전되는 검사결과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많은 만성질환자들이 약 복용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 모든 환자가 그럴 수는 없겠지만 생활을 바꾸면 약 복용이 필요 없는 환자들도 분명 있다. 당장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쳐보자.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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