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지도자들, 생명의 중요성 강조하며 낙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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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지도자들, 생명의 중요성 강조하며 낙태 반대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1.19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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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기독교와 사회문제 : 낙태(2)

로마의 11대 황제였던 도미티아누스(Caesar Domitianus Augustus, 51~96)는  자신을 ‘주와 하나님’(Dominus et Deus)으로 숭배할 것을 요구했던 인물인데, 조카 줄리아(Julia)를 범해 임신하게 했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조카에게 낙태를 명했고, 줄리아는 결국 낙태로 사망했다. 

남편에게 신생아의 유기를 명할 권한을 허용한 사회에서 아내나 정부(情婦)의 낙태를 명할 권리 또한 남자나 남편에게 주어져 있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못된다.

이런 시대에 살았던 기독교인들은 영아 살해는 물론이지만 낙태 또한 명백한 인간 생명의 살상으로 보아 이를 거부했다. 

초기 기독교는 특히 3가지 관점에서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태아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사실, 둘째, 낙태는 명백한 살인이라는 점, 셋째, 낙태 행위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따른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시 139:13~16)이자 인간생명을 중시하는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응답이었다. 초기 교회 지도자들도 이점을 강조하며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1세기 말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디다케(Διδαχή)는 흔히 ‘열두 사도가 이방인에게 전한 주의 가르침’ 혹은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Doctrina Duodecim Apostolorum)으로 번역되는데, 이 책 서두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으로서의 도덕규범을 ‘두 길’(Ὁδοὶ δύο, Two ways)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두 길’이란 ‘생명의 길’(the way of life or light)과 ‘사망의 길’(the way of death or darkness)을 의미하는데, 이 두 길이라는 상호 대조 개념은 그 이후 기독교적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생명의 길’을 말하는 디다케 제2장 2항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두 번째 계명은 다음과 같다. 그대는 살인하지 말라. 그대는 간음하지 말라. 그대는 소년을 탐하지 말라. 그대는 음행을 피하라. 그대는 도덕질 하지 말라. 그대는 주술행위를 하지 말라. 그대는 낙태로 아이를 죽이지 말고, 영아도 죽이지 말라. 그대는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

2세기의 변증가 아데나고라스(Athenagoras)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보낸 ‘청원 Plea’ 35항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낙태를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은 살인을 저질렀으며, 하나님께서는 낙태죄를 물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궁속의 태아조차도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이 돌보시는 대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생아를 유기하지 않습니다. 신생아를 내다버리는 이들은 유아 살해 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낙태나 영아유기를 죄악시했고, 이는 하나님에 대하여 범죄행위로 간주했다. 그래서 초기 기독교는 이런 행위를 일삼는 이교도를 비판했다.

2세기 말의 미니키우스 펠릭스(Minucius Felix)는 자신의 ‘변증서’(Octavius)에서 이렇게 썼다. “당신들은 한 때 태어난 자식들을 들짐승과 새들에게 유기했으며 아이들을 목을 조르거나 내던져 처참하게 죽였습니다. 당신들 중 어떤 여성은 약물을 마심으로써 복 중에 있는 후일의 인간의 근원을 멸절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서 출산 전 존속 살해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이런 형태는 당신들의 신들(gods)로부터 내려온 전통입니다. 사트루누스(Saturn)는 그의 자식들을 유기한 것이 아니라 잡아먹은 것입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유아를 희생 재물로 바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영아 유기도 반대했지만 낙태도 반대했다. 이것은 생명의 파괴였고, 하나님의 계명에 반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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