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가슴으로 공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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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가슴으로 공명하기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1.0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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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코로나라는 어둠의 터널 안에서 새해가 밝았다. 여전히 계속된 두려움과 불안 가운데 있지만 코로나가 강제한 멈춤과 그로 인한 쉼 가운데 머물 수 있어 기대하는 것도 있다. 특히 지금의 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는 없으나 태초의 첫 숨을 기억하게 해주어 제 숨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갑자기 멈춰서서 너무 빨리 달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지친 영혼을 기다리며 힐링(healing)한다. 또 말을 타고 달리다가 어느 순간 말에서 내려 말을 자세히 살피며 누군가 앞만 보고 빨리 달리게 하려고 씌워놓은 눈가리개를 벗기는 필링(peeling)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도 지금의 쉼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숨이 회복되고 삶도 행복하고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쉼이 우리의 눈을 뜨게 해주어 걷고 있는 길이 ‘죽음’의 길인지 ‘생명’의 길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생명살림의 길로 돌아서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라기는 2021년 새해는 코로나로 여전히 힘겹긴 하지만 삶뿐만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주어지는 쉼을 누려보자. ‘바쁘다(忙)’는 건 한자로 보듯 마음(心)을 망(亡)하게 할 뿐이다. 코로나로 멈춘 자리에서 쉬면서 놓쳐버린 중요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의 쉼, 멈춤은 단순한 멈춤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강제된 이번 쉼은 우리의 삶을 다시 세우는 기도가 될 수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삶의 중심을 바라본다면,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 안에 이루어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물론 그냥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가까이 있는 자연을 찾아가 ‘좋다, 참 좋다’ 해야 가능하다. 상처입은 지구의 한 부분이겠지만, 그곳을 보고 ‘좋다’ 하는 순간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지구에 얹혀둔 무거운 짐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하나뿐인 지구를 무려 3.5개나 소비하면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지금 당장 내려놓을 것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다 덜어내기는 힘들겠지만, ‘하늘 나는 새’들이 먹고 입고 거하는 것 – 즉 새들의 둥지가 새끼를 키울 만큼만 주변의 진흙과 풀, 나뭇가지만을 이용하여 지어지고, 옷은 자신의 털 한 벌 뿐임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면, 지금의 탐욕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 새해 멈추어 쉬는 자리에서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영혼)이 수많은 생명과 공명할 수 있게 하는 것, 영적 가슴(heart)이지 싶다. 영적 가슴은 자신의 영혼을 살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곳이지 싶다. 코로나 그 이상의 재앙으로 기후위기와 종의 멸종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영적인 가슴으로 살아간다면 날마다 창조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우리가 창조물을 돌보고, 우리 가운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며, 생태 정의를 위하여 공동 수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위에 하나님의 도움과 인도를 의식적으로 요청하는 중보기도를 드린다면, 우리는 위기를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고, 멈추어 지금껏 좇던 ‘풍요와 편리함, 성장’에서 돌아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영적 가슴으로 ‘탄소 금식’과 ‘플라스틱 감축 생활영성 훈련’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면, 우리 자신이 다른 생명들에게 안겨준 고통의 무게를 명료하게 알게 되고, 그만큼만이라도 기꺼이 지속가능하게 바꾸어내는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리라. ‘나와 우리, 후손을 위한 생명살림’(신 30:19)을 최우선의 기도요, 삶의 과제로 여기며 살아가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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