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앙생활의 근본적 한계 최소화 할 특단의 조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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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앙생활의 근본적 한계 최소화 할 특단의 조치 절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12.3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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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점검-온라인 신앙생활의 이면 ① 급작스런 변화에 우왕좌왕

예견됐던 온라인 대전환, 코로나가 빠르게 앞당겨
공동체성·신앙전수에 취약…심각한 문제점 드러나
IT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온라인 접근 포기하기도

코로나19는 빠른 시간 안에 사회 많은 영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교회들도 온라인 상황을 직면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온라인 신앙생활의 근본적 문제들은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빠른 시간 안에 사회 많은 영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교회들도 온라인 상황을 직면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온라인 신앙생활의 근본적 문제들은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미래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어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온라인의 영향력이 오프라인 상의 수많은 영역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대표적인 영역이 교육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이미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몇몇 대학들은 오프라인 상의 물리적 건물에 가지 않고도 모든 수업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사이버대학들이 나름의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들도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미래에도 현재의 대학 줄 세우기는 남을지언정, 현재와 같이 ‘물리적 건물이 곧 대학’이라는 인식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너무 빨라서 놓쳐버린 것들
그런 변화의 속도를 이번 코로나가 앞당겼다.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다. 미래학자들도 최소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던 일들이 2020년에 벌써 현실화 되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본래 변화에 가장 더디게 반응하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과거 한국교회에 드럼이 들어오던 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아시아미래연구소의 연구원 고은식 목사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시국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예배가 오픈됐다”며 “온라인 예배, 혹은 디지털 신앙생활과 관련해 이미 예견해 온 신학자들도 있었지만, 그 변화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 본 이들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 교회로서는 너무 빠른 변화를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상황 앞에 교회는 우왕좌왕 했다. 일찌감치 온라인 예배 전환을 이룬 교회도 있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1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온라인은 꿈도 못 꾸는 교회들이 부지기수다.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한 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인 최근까지도 오프라인 예배를 드렸다. 일단은 교인 수가 20명도 되지 않고 코로나 이후에는 그마저도 줄어들었다. 정부가 허용하는 영상 송출을 위한 필수 인원 2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게다가 교인 중에 온라인과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많은 탓에 온라인 예배는 현재까지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어긴 것이지만 교회로서는 방법이 없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신학적 정리가 채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감염을 막고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온라인 예배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비대면 예배가 주일성수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는 신학적으로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지금처럼 온라인예배를 유지할 교회가 얼마나 될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목회자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교인들은 온라인에 익숙해지고 있고, 목회자들은 해를 넘긴 생활 습관을 다시 돌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신앙의 최대 약점
현재 한국교회에서 이뤄지는 비대면 신앙생활의 절대적인 비중은 예배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대다수는 쌍방향보다는 일방통행 형태를 띤다. 공동체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양방향 소통은 어려워진다. 화상회의 어플리케이션 ‘줌’을 활용하는 교회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인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대부분 ‘유튜브’나 유사한 ‘방송 중계’ 형태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예배’라는 이름의 행사가 온라인상에 펼쳐지지만 이 안에 들어온 대부분의 참가자는 익명성 아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무지 공동체성이 생기기 어렵다. 이런 것들이 보완되려면 결국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술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구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을 때는 제한적으로나마 대면 모임을 병행하면서 교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대책을 세웠는데 현재의 높아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온라인은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을 수는 있지만 오감을 통한 쌍방 소통에 큰 취약점을 갖는다. 온라인에만 의존해선 공동체성을 경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교회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교회 공동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앙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에선 이 또한 이행되기 어렵다. 집 안에 앉아 ‘나만을 위한 신앙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다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수도 있다. 초대교회 신앙의 핵심이 공동체성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를 이은 다음세대 신앙 전수라는 측면에서도 온라인은 취약성을 갖는다. 그동안 교회에 위탁해 온 신앙 교육의 기능을 다시 가정으로 회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나, 이 역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현재 소수의 가정을 제외하곤 다음세대 신앙 교육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결정적인 원인은 디지털 격차
불가피한 온라인 상황 가운데 벌어지는 교회 공동체의 문제점은 다양하다. 그러나 문제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지역 간, 세대간, 계층 간의 정보격차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수렴된다. 

온라인 예배를 비롯한 디지털 신앙생활에서 디지털 격차로 인한 문제는 수용자와 송출자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디지털 격차라고 할 만한 일들은 아무래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성도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스마트 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요금이 저렴한 데이터 상품을 선택하곤 하는데 집에 와이파이가 없으면 데이터가 부족해 예배 시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배를 진행하고 송출하는 목회자 혹은 이를 담당할 봉사자들도 모두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건 아니다. 온라인 예배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영안교회는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척교회를 대상으로 ‘온라인 예배 교육’을 기획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모이는 교육이 어려워져 전면 연기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대체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육 대상자들이 온라인에 친숙하지 않은 이들이어서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교회는 교육 대상자들에게 지원할 각종 방송 장비들까지 구비해둔 상태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는 즉시 교육과 장비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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