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의 생명윤리, 하나님의 절대 가치 세상에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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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의 생명윤리, 하나님의 절대 가치 세상에 알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0.12.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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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기독교와 사회문제 : 영아 유기②

그레코-로만 시대의 영아 유기는 일상적 관행이었고, 영아 유기를 금지하는 로마법령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교도(異敎徒) 사회는 아동기부터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월등히 적었고, 성비구성의 불균형이 심각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유대교와 후에는 기독교가 영어 유기를 거부한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필로(25 BC~AD 41)는 영아 유기와 살해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썼고, 요세푸스(38?~100) 또한 유대교의 율법은 모든 자녀를 양육할 것을 명하고, 낙태나 영아 유기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교도 작가들은 원치 않는 영아를 유기하지 않는 일을 도리어 이상하게 여겼을 정도였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원치 않는 아기를 죽이는 것을 죽어 마땅한 죄”라고 가르치는 유대교의 가르침은 ‘불쾌하고 역겨운 관행이라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이런 현실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은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영아유기를 생명의 살인으로 보아 반대하고 그 시대의 자연스런 일상을 거부했다. 이 점은 성경의 명백한 가르침이자 교회 지도자들의 가르침이었다. 순교자 저스티누스는 2세기 중엽에 쓴 그의 제일변증서(The First Apology)에서 “신생아 유기는 악한 일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인자가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2세의 후반의 변증서인 ‘디오그네투스에게’(ΠΡΟΣ ΔΙΟΓΝΗΤΟΝ)에서도 기독교인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 기독교인은 당시 사회 한 가운데서 이교도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영아를 버리는 일이 없음을 특기할 만한 사실로 말하면서 아래와 같이 증언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라를 달리하는 것도, 언어를 달리하는 것도, 의복을 달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도시에 사는 것도 아니며, 어떤 특수한 언어를 쓰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생활이란 특수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들의 교리는 정신착란자의 상상이나 꿈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적인 학설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각자의 운명에 따라 그리스 혹은 다른 도시에 흩어져 삽니다. … 그들은 각자 자기 조국에 살면서도 마치 나그네(resident aliens)와 같습니다. 시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수행하지만 외국인과 같이 모든 것을 참습니다. 이역(異域)을 그들의 조국처럼 생각하고, 모든 조국이 그들에게는 이역과 같습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그들도 결혼하여 아이를 가지지만 아이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they beget children, but they do not cast out their offspring). … 그들은  육신을 가지고 있으나 육신을 따라 살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상에 살고 있으나 하늘의 시민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없음을 특기할 만한 사실로 기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신념과 가르침은 초기 기독교가 가르치고 실천했던 생명윤리였다. 기독교인들은 유기된 아이를 수습하여 양육하였고 과부와 함께 고아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2세기의 비기독교 그리스 저술가인 시리아 지방 사모사타 출신의 루시안(Lucian of Samosata)의 기록에서도 엿보인다. 기독교인들은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고아나 과부들을 돌보고 보살폈다.

이와 같은 생명을 중시하는 태도는 그 당시 사회에서는 전혀 새로운 가치였다. 그러나 이것이 결과적으로 기독교 공동체에서의 남녀 성비가 균형을 유지하게 했다. 정리하면, 첫 300여 년 동안 영어 유기나 살해 관행을 비판하거나 거부했던 집단은 유대교의 전통을 이어받는 기독교가 유일했다. 기독교는 당시의 생명경시 풍조에 맞서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보여 준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회가 가르친 생명 윤리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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