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 후폭풍, 국제사회 비판 여론 커졌다
상태바
‘대북전단금지법’ 후폭풍, 국제사회 비판 여론 커졌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23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4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가결, 위반 최대 3년형
통일부 “대북전단 인권개선 역효과” …접경지역 주민 환영
한교연 “반인권법”, 미 의회 내 반발 기류 청문회까지 추진

국회에서 지난 14일 정부·여당 주도로 가결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위축을 우려하며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시각매개물 개시, 전단 등 살포에 따른 국민의 생명, 신체 위험을 야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단에는 광고물 외에도 USB, 금전 등이 포함된다. 정부 승인 없이 전단을 살포하는 경우 최대 징역 3년 이하, 벌금 3천만원 이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대북전단 북한 자극 갈등초래”
통일부는 “일부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와 북측의 대응조치 위협으로 112만 접경 지역 국민들이 상시 생명과 주거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며, 대법원도 대북전단을 대형 풍선에 실어 날리는 행위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제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면서 “법률안은 주민들의 생명 안전보호 호소와 지속적인 입법 제정 촉구에 대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 인권개선 노력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단 살포가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북 당국의 사회통제 강화로 북측의 주민의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협력의 확대가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대북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이 살포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무력도발에 대한 공포감을 토로해왔고, 전달을 살포하는 단체와 주민 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북한은 2014년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포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에 접경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단체들은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부 탈북자 단체가 남북 합의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일탈행위를 함으로써 남북 간 갈등을 부추겨 왔으며, 급기야 지난 6월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충격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법 제정을 반겼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 역시 법 개정에 대한 공감하면서 남북전단 살포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교자의소리가 지난 6월 풍선을 통해 성경을 보내다 당국의 제재를 받는 모습.
순교자의소리가 지난 6월 풍선을 통해 성경을 보내다 당국의 제재를 받는 모습.

“국민기본권 강제 철회되어야”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공감대를 모으지 않은 채 강행된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일단 국회 표결 때부터 야당은 불참하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헌법소원을 예고하고 있으며,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권태진 목사)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최악의 반인권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교연은 “북한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면 북한이 도발할 것이라고 예단해 법으로 국민 기본권을 강제하기 전에, 왜 정부는 북한이 대통령을 치욕적인 욕설로 비방하는데도 아무 대응을 못했는지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을 구해내려는 최소한 노력마저 형벌로 규제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대 단체들은 북한 무력 도발과 위협의 근원적인 책임은 대북전단을 보낸 단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당국에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그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파국일 것이라 경고했고, 실제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했다. 그 근본 책임은 북한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선전 문구를 보내는 일부 단체와 달리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성경을 보내온 대북선교단체들의 활동도 위축될 상황이다. USB를 이용해 전도자료,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내는 것도 어렵게 됐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대표는 “다시 바람이 불면 하나님의 사역을 계속해서 신실하게 감당할 것이다. 최대한 당국의 권위를 수용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결과를 기쁜 마음으로 감당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는 특히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반대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나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내년 2월 출범하는 미국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상하원 공동위원회’ 온라인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 1조는 의견이 다를지라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조항으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정책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전단금지법 서명을 거부해야 한다”며 “한국을 지지해온 미국 의원들까지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민주당)은 “해당 법안은 한국 내 인권단체들이 독립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해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수정 조치를 촉구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마이클 맥카울 의원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우려 성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를 시작하면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한 청문회까지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법 개정 논란과 관련해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PN4N 대표 오성훈 목사는 “정부와 인권단체들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법 제정까지 진행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부 단체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은 대북전단 살포를 한 것도 사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정부 당국도 법 제정에 따라 북한 태도가 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꿀 만큼 외부정보 유입은 전략적이고 지속적이며 매우 은밀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