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에큐메니칼 결산] 세계교회, 코로나에 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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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 에큐메니칼 결산] 세계교회, 코로나에 휘청이다
  • 손승호 간사 NCCK 100주년기념사업 담당 명지대 객원교수
  • 승인 2020.12.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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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제한으로 국제 기구들 고전…각종 행사 연기
WCC·CCA, 전염병 자체와 파급효과에까지 관심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자유로운 이동과 만남의 제한으로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컬 기구들은 올 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큐메니컬 기구는 만남을 동력으로 한다. 같은 하나님을 고백하면서도 신앙과 전통이 조금씩 다른 교회들 사이의 만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 배움, 수평적이면서도 폭넓은 토론과 협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핵심적인 가치로 하는 에큐메니컬 기구에게 전염병으로 인한 만남의 제약은 더욱 심각한 것이다. 

올해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앞으로 5년 이상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모임을 가질 수 없게 되자 총무 선출을 온라인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두 기관 모두 이를 2022년으로 미룬 상태이다. 

현재 WCC는 임시 총무로 부총무이던 루마니아 정교회 소속의 요한 사우카(loan Sauca)를 선임하고 행정과 사업의 공백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CCA는 아예 이전 총무인 인도의 매튜 조지 추나카라가 일단 총무 역할을 계속하게 놔둔 상황이다. 

대면회의조차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WCC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내 교계와 협력했다. 한반도 평화는 사실상 올해 WCC가 특정 지역의 문제에 관련하여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이슈이다. WCC는 NCCK와 함께 3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운동을 진행하였고 70개의 기도문, 메시지, 신앙간증을 통하여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였다. 또한 ‘세계 기독교 여성 한국 순례’라는 초유의 온라인 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한국전쟁 70주년에 맞춰 세계교회가 참여하는 많은 행사들이 올 한해 내내 한국과 미국 등에서 기획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대부분 취소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런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세계 에큐메니컬 교회는 코로나와의 전투에 돌입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WCC와 CCA 모두 전염병 자체와 근본적 원인인 생태파괴,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 모두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였다. WCC는 ‘건강과 치유’ 프로그램 강화에 주력하였다. 바이러스의 극복, 트라우마의 치유와 정신건강의 회복이 중요한 주제로 부상하였다.

또한 WCC는 팬데믹은 기후위기의 한 결과라는 의미에서 올해의 창조절을 ‘지구를 위한 희년’으로 기념하였는데 CCA가 주최한 아시아주일예배 역시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 5월 24일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아시아주일예배는 ZOOM과 페이스북을 통해 19,0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CCA는 감염병 위기에 직면한 아시아의 교회가 스스로의 연약함과 창조세계의 파괴 행위를 자각하고, 하나님의 치유를 경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전염병의 위기가 가난과 결합할 때 더욱 파괴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교회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CCA는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의 빈곤지역의 문제를 공론화 하였다. 

이런 공식적인 기구는 아니지만 각계의 팬데믹 관련 에큐메니컬 활동도 있었다. 38개국의 실천신학자들은 ‘코로나 시대와 온라인 교회’(CONTOC)라는 연구기구를 조직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코로나 상황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변화에 대해 향후의 연구를 위한 기초데이터를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신앙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연합은 에큐메니컬 정신이 다만 교회 기구의 차원에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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