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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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부르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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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기독탄생일’에서 유래, 공휴일 규정으로 계속 사용
2017년 ‘부처님 오신날’로 개정, 기독탄신일은 여전히 남아
“불교계 지속 요구로 변경…교계 명칭 개정에 의지 모아야

정부가 공휴일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독탄신일’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계 안에서 커지고 있다. 2017년 불교의 ‘석가탄신일’이 ‘부처님 오신날’로 바뀌었던 것처럼, ‘성탄절’ 또는 ‘예수님 오신날’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공식문서에서 ‘기독탄신일’을 사용하고 있다. ‘기독탄신일’은 이승만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49년 6월 4일 대통령령 제124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처음 사용된 ‘기독탄생일’에서 유래한다. 1975년 석가탄신일이 법정 공휴일에 추가되면서 개정된 후 줄곧 ‘기독탄신일’은 정부의 공식 공휴일 명칭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확한 공휴일을 알리기 위해 발표하는 월력요항에도 12월 25일을 기독탄신일로 명기하고 있다. 월력요항은 달력 제작의 기준이 되는 자료다. 정부에서 관련 부서와 지자체 등에 보내는 공식 문서에서도 ‘기독탄신일’은 자주 등장한다.

최근 한국교회언론회는 “정부 공문에 의하면 2021년 공휴일을 명시하면서 불교의 석가는 ‘부처님’으로 하고,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는 ‘기독’으로 표시하고 있다. 석가모니를 부처님으로 표기한다면 그리스도는 예수님으로 표기해야 종교 간 형평성이 맞지 않겠냐”면서 “이제는 한국교회와 사회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성탄절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의 석가탄신일은 2017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부처님 오신날’로 개정됐다. 당시 인사혁신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령 용어를 한글화하고, 불교계 등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탄신일’은 왜 그대로 남겨두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 관계자는 “불교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석가탄신일’이 현실과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개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개신교와 가톨릭 의견수렴을 했어야 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문체부 종무실을 통해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의견을 요청했지만 다른 의견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법령 명칭을 통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불교계 주장을 넘어 공휴일 명칭이 ‘한글’과 ‘한자어’로 이원화 되어 있는 현실을 내버려두지 말고 모순 해소를 위해 더 적극 노력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독교계는 1949년부터 ‘기독탄생일’, ‘기독탄신일’을 정부가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방치한 데 대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라도 교계 의견을 수렴해 이해하기 쉽고 뜻 있는 명칭으로 바꾸기 위한 의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독교계 공신력 있는 단체들이 교계 의견을 모아 공식 제안을 한다면 언제든지 관련 절차에 따라 명칭 개정을 논의해 추진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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