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 입장료 면제 확대? 강제징수 눈감은 불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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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구역 입장료 면제 확대? 강제징수 눈감은 불교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08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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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내년부터 면제 대상 확대 적극적 홍보
국립공원 내 등산객 문화재관람료 징수 무대책

코로나 관람객 감소에 불교계 예산 95억 증액
종교 형평성 논란 …방역 협조한 다른 종단은?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등산객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 징수해온 불교계가 정작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이미지 제고에만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일 내년부터 ‘문화재구역 입장료’ 면제 대상을 크게 확대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각종 언론매체들은 입장료 명목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온 사찰들이 다자녀부모, 기초생활 수급자, 국가유공자 지원법에 따른 유공자들도 입장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 어디에도 사찰을 방문하지 않는 국민들에게 관람료를 징수해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이제야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면제 조치가 시행됐는지 의아하다. 

국립공원을 방문한 등산객에게까지 징수하는 관람료때문에 지리산 화엄사, 설악산 신흥사, 계룡산 동화사, 속리산 법주사, 주왕산 대전사 등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 소백산 회방사와 부석사,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기림사, 가야산 해인사, 한려해상 보리암, 다도해해상 향일암, 지리산 상계사, 연곡사, 월출산 도갑사, 내장산 내장사와 백양사, 변산반도 내소사, 덕유산 안국사, 계룡산 갑사와 신원사, 치악산 구룡사 등 국립공원 내 20여개 사찰들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특히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법적 논란도 계속되어온 사안이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도 불구하고 사찰들은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합법적으로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에 규정되어 있어 최소한 관리비용을 받고 있으며, 과거 국가가 사찰의 동의 없이 국립공원에 편입시켜 재산상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관람료를 징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찰에는 가지 않고 설악산 케이블카만 타지만, 입구에서는 인근 신흥사가 징수하는 돈을 내야 한다. @아이굿뉴스 DB
사찰에는 가지 않고 설악산 케이블카만 타지만, 입구에서는 인근 신흥사가 징수하는 돈을 내야 한다. @아이굿뉴스 DB

이런 불교계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사찰이 공개한다는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일반 등산객에게 일방적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국립공원을 찾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 1,641명 서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바 있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에서 약 4시간 만에 시민들이 참여한 결과일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높다. 

이미 참여연대는 공익소송을 제기해 2003년 대법원으로부터 국립공원 내 사찰들이 국립공원 입구에 매표소를 설치하고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방문객에게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2013년 대법원 판례도 있다. 

더구나 문화재 보존을 위해 관람료를 징수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용이 조계종 종단으로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조계종에 따르면 문화재관람료의 17%는 문화재 유지 보수와 무관한 종단 운영과 승려 양성에 사용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불교계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불교계 매체들이 조계종 총무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불교 예산 233억원에 무려 95억원 증액된 328억원이 편성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문화재구역 관람객이 감소해 재정상황이 어렵게 되면서 문화재 보유사찰에 대한 긴급 지원 형식으로 56억 6,400만원, 전통사찰 보수정비사업 및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위해 38억 5천만원이 책정됐다.

불교계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했기 때문에 이번 예산 증액은 당연한 의미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와 천주교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해온 여타 종단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장헌일 원장은 “많은 종단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해왔고, 그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특정 종단에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 특히 논란이 되어온 문화재 관람료에 대한 보전 조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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