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길고 고향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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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길고 고향은 멀다”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0.12.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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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112)

“에구 지지 안 됩니다.” 지나치게 달거나 짠 것을 못 먹게 하는 딸아이의 말이다. “그렇게 가리면 무얼 먹이겠느냐?” 하고 아이 편을 들어보지만, 막무가내이다. 워낙 먹을 것이 풍성치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내게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강한 자극성을 피하여 순한 입맛으로 길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요지부동 그 아이의 지론이다. 행여 내가 몰래라도 먹이려하면 황급히 달려와 기겁을 한다. 그래서인지 손녀는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됐는데도, 초콜릿이나 설탕사탕, 탄산음료에는 도리질을 친다.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포도나무를 보았다. 탐스런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러나 자신보다 훨씬 높은 곳에 달려있어서 따먹을 수가 없었다. 속상한 여우는 “저 나무에 달린 포도는 시어서 먹지 못할 거야”라고 스스로 그 마음을 달랬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내 능력에 맞지 않으면 적합한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악착같이 이겨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성공하는 사람의 기질처럼 되어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People tend to unconsciously select information that supports theirs views)”라고 흔히 말한다. 이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한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수사학 기법에 의존해 상대방이 자신의 대답에 수긍할 때까지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한다. 결국은 자신을 따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실은 무시한다. 애매모호한 점만 가지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한다. 법을 초월해서라도 자신만이 합당하다고 믿고 우긴다.

많은 경우 일정한 답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특유의 정답을 정해놓고 아예 반론을 차단하는 시작에서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 법과 질서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정치세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수상한 댓글들이(ambiguous evidence) 바로 동의로 이어지고 여론을 형성한다. 사실여부와는 상관없는 진실과 거짓이 바로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선전 선동된다.

정석준 목사
산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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