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만사의 기초이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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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만사의 기초이자 완성”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11.10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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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36) - “사람의 일의 작정은 여호와께로 말미암느니라”(잠 29:26)

정경유착이라는 말을 무슨 사자성어쯤으로 알고 살아온 우리 귀에는 “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잠 29:14)”이라는 전제가 그리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왕위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군주는 가난한 이들보다는 부유한 권세가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니 본문의 이 격언이 얼마나 파격적입니까.

“왕이 가난한 자를 성실히 신원하면 그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29:14).” 이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을 설명하는 격언이 아니라 마땅히 그러해야 할 당위를 설파하는 격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신원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사 그에게 식물과 의복을 주시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신 10:18).

다윗이 사울의 질시를 받고 도피생활을 시작하자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그를 따랐습니다(삼상 22:2). 사백여 명을 헤아리는 부하들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형편에서도 외적에게 고통당하는 동족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 사람은(삼상 23:5) 마침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자 르호보암은 선왕 솔로몬 당시 무거운 세금과 부역으로 고통당한 백성들의 호소를 외면한 대가로 열두 지파 중 열 지파를 잃고 말았습니다(왕상 12:1~20). 교만의 대가는 큽니다. 교만하면 낮아지고 겸손하면 예를 얻는다는 말 그대로입니다(잠 29:23).

잠언서의 품은 넓습니다. 단순한 처세술처럼 보이는 말들도 곰곰이 새겨 읽으면 깊은 통찰을 드러냅니다. “지혜로운 자와 미련한 자가 다투면 지혜로운 자가 노하든지 웃든지 그 다툼은 그침이 없느니라(잠 29:9)” 다툼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당신이 지혜자이고 상대가 어리석다면 말입니다. 그런데도 다툼에 휘말렸다면, 아마도 당신 역시 어리석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지혜자는 주위를 평안하게 해줍니다.

“거만한 자는 성읍을 요란하게 하여도 슬기로운 자는 노를 그치게 하느니라(잠 29:8)” 그러나 당신이 그 누구와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고 자부하신다면, “불의한 자는 의인에게 미움을 받고 바르게 행하는 자는 악인에게 미움을 받느니라(27절)”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혜는 인간의 자율적 결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스스로 배우고 익힐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기다림이 지나쳐 아이가 방자해지면 부모의 수치가 됩니다. “임의로 행하게 버려둔 자식은 어미를 욕되게 하느니라(15절)”

종에 관한 말들은 수긍을 넘어 배꼽을 잡게 만듭니다. “종은 말로만 하 면 고치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가 알고도 따르지 아니함이니라(19절),” “종을 어렸을 때부터 곱게 양육하면 그가 나중에는 자식인 체 하리라(21절)” 이러한 원리는 자녀의 교육에서 일가의 경을 거쳐 국가의 통치에도 적용됩니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18절)” 묵시(하존)와 율법(토라)은 짝을 이루어 하나님의 뜻과 깨우치심을 총체적으로 가리킵니다. 한 사 람의 삶이든 한 나라의 행보이든, 여호와 하나님의 길을 좇으면 형통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패망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혜가 오롯이 제왕의 몫으로 귀속되지는 않습니다. “주권자에게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으나 사람의 일의 작정은 여호와께로 말미암느니라 (29:26)” 결국 일의 성사는 하나님께 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솔로몬 잠언집을 마무리하는 29장의 대미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잠언의 주제를(1:7, 9:10) 다시 한 번 듣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만사의 기초이고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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