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로 경청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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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로 경청할 때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0.11.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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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요즈음 자주는 못 보지만, 틈나면 꼭 보려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토요일에 하는 ‘백파더’이다. 백종원 씨가 요리 하나를 선정해서 요리 초보자들이 할 수 있는 쉬운 요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인데, 볼수록 신기하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요리가 백종원 씨의 이야기만 들으면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재료가 백종원 씨의 이야기만 잘 따라오면, 맛있는 요리로 바뀐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런데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몇 번 보면서, 놀랍고 의아하게 느껴지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같은 말로 가르쳐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볼까? 어느 날, 백 종원 씨가 본격적으로 라면을 끓이기 전에 라면 봉지로 물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때 중요한게 있었다. 라면 봉지를 가로로 접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백종원 씨가 몇몇 사람들을 보더니 당황한다. 왜 그랬을까? 라면 봉지를 자르라고 했더니, 어떤 사람들이 세로로 잘랐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시청자는 ‘가로로 자르든 세로로 자르든, 잘 자르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작은 부분에서라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각 사람을 일일이 붙들며 가르쳐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그뿐 아니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이런 서로 간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이 때만 있었던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매 회마다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비록 온라인 플랫폼이긴 하지만 한 자리에 모여서 똑같이 배우는데, 왜 어떤 사람은 잘 따라오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일까?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 차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듣기’에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잘 듣는 것을 넘어서, 선생님이 말하는 의도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스스로 하곤 했다. 이러한 모습이 예능적인 면에서는 재미를 주고 있지만,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에게는 결코 득이 될 수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모습이 TV에만 보이는 모습일까? 아니다. 우리도 살면서 그런 일을 얼마나 많이 겪고 있는가?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도를 이해하는 태도는 커녕, 제대로 듣는 것조차 하지 않는 일이 많다.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TV토론도 그랬다.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생각이 컸던 한 후보는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고 크고 작은 표현 하나로 꼬투리를 잡는 일을 반복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서로를 더 싫어하게 되었고, 다수의 미국 국민은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의 부끄러움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필자는 교회와 교단을 둘러싼 분쟁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자세하게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과정은 다 비슷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내 주장만 펼치다가 싸움이 난 것이다. 물론 각 진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경청(敬聽)’이다. 실제로 한 시대에 인정받는 사람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예수님? 경청의 대가였다. 그의 작은 말과 행동에서 그의 간절한 소원을 아셨기에, 각 영혼에 맞는 치유를 하셨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잘 듣고 있는가? 교인들의 불만 속에서, 가족의 화내는 소리 속에서, 그들의 마음을 보고 있는가? 의미 없는 말은 없다. 잘 들으면 이해되지 않을 것이 없고, 다 이해가 되면 행복할 수 있다.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할 이때! 잘 들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꿈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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