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전통적 선교 뛰어넘을 것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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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전통적 선교 뛰어넘을 것을 요구”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11.06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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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방콕-설악포럼 지난 2~3일 GMS 본부에서 개최
코로나 시대 대안으로 ‘풀뿌리 선교’ 가능성 심층 논의

코로나19 시대에도 세계 선교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될까? 전 세계 각국이 국경의 문을 높이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선교 패러다임 역시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선교 현장의 흐름을 짚고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방콕-설악포럼이 지난 2~3일 화성시 월문리 GMS(합동총회세계선교부) 본부에서 개최됐다. 올해 포럼에서는 코비드19 시대에서 보는 전통적 선교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2020 방콕-설악포럼이 지난 2~3일 GMS 본부에서 개최됐다.
2020 방콕-설악포럼이 지난 2~3일 GMS 본부에서 개최됐다.

 

전통적 선교 탈피는 흐름

중국에서부터 조짐이 보이던 선교사들의 비자발적 철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며 정점을 찍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조용중 선교사)는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인 선교사 중 약 30%가 코로나 사태로 일시 귀국한 것으로 파악했다. 물론 안전 등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한국행을 택한 이들도 있지만 현지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선교지를 떠나게 된 이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비자발적 철수 행렬에도 선교지에 남아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현지에서 직업이나 사업장을 가지고 사역을 펼치던 전문인·비즈니스 선교사들이다. 종교비자를 받고 교회개척 사역을 하는 등 목회 활동을 하는 선교사들과는 달리 전문인 자격을 갖춘 이들은 쫓겨나지 않고 살아남았다.

방콕포럼 코디네이터로 섬기고 있는 강대흥 선교사는 실컷 목사로 훈련 시켰는데 정작 선교지에서 목사 일을 하는 이들은 비자발적 철수를 하게 됐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목회자로 훈련시켜서 파송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 질문을 던지게 됐다올해 방콕포럼에서는 이런 방향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비자와 입국 문제가 대두됐지만 재정 문제도 전문인·비즈니스 선교에 주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강 선교사는 “30년 전과 비교해 선교사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들을 뒷받침할 교회 수와 재정은 정체되거나 줄었다. 선교사 한 명 한 명에 대한 후원 역량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선교지에서 다른 생계수단이 없이 후원에만 의존하던 선교사들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선교사는 코로나 시대의 선교가 전통적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젠 선교를 나라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성경에도 모든 민족을 향해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지 모든 나라라고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한국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이들도 선교사라고 불러야 한다또 목회자로서의 선교사보다 전문인, 비즈니스, 평신도 선교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풀뿌리 선교, 코로나 시대 대안될까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방콕-설악포럼에서 꾸준히 논의돼왔던 풀뿌리 선교를 코로나 상황과 연계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풀뿌리 선교는 바울과 바나바처럼 전임 선교사의 사명을 갖고 파송 받은 이들과는 달리, 환난으로 흩어진 자들이 각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기록한 사도행전 말씀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선교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선교의 사명을 갖고 각자 자리하고 있는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손창남 선교사(한국 OMF)전통적인 선교 방식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지 반드시 진행될 일이다. 하지만 주님의 지상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고 선교는 이뤄져야 하기에 전통적 선교를 대체할 다른 방법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면서 코로나 이후를 대응하기 위해 풀뿌리 선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해외 한인교회들이 이런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럼에 참석한 선교사들은 풀뿌리 선교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전통적 선교와 풀뿌리 선교가 양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풀뿌리 선교가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있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요한 선교사는 교회의 본질은 선교인데 지금까지는 그저 교회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처럼 인식돼왔다. 건강한 선교적 교회론이 정립돼야 한다면서 풀뿌리 선교는 파송교회의 부정적 압력, 재정문제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풀뿌리 선교 의식이 나가는 이들 뿐 선교지의 현지인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현지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풀뿌리 선교사가 될 수 있도록 세우고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선교사는 전통적 선교의 대안이나 대체제로서 풀뿌리 선교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풀뿌리 선교는 선교라는 큰 틀의 일정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다. 풀뿌리 선교를 하는 분들이 성례를 베풀거나 할 수는 없다. 전통적 선교와 보완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원래 생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전도와 제자화에 얼마나 깊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풀뿌리 선교가 교회와 문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유교적 문화의 영향으로 누구누구 선교사, 누구누구 집사 등 호칭을 붙이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선교사든 직장인이든 이름을 부른다. 그렇다 보니 선교사 타이틀을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것에 더 집착하게 된 것 같다면서 풀뿌리 선교 개념을 전통적 선교와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교의 일부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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