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아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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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아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죠”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11.03 14: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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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탐방]동탄 전하리교회 목회와 부흥 이야기

18명 성도로 시작한 교회 건축, 사람 아닌 하나님이 하신 것
“오직 복음만 전하리” 조한권 목사의 목회철학이 부흥 이끌어
아프리카에 100개 교회 건축 목표…주님의 일이 최고의 가치

조한권 목사는 병마를 이겨내고 구원받은 감격을 잊지 못한다. 목회 30년 모든 여정에 하나님이 계심을 고백했다.
조한권 목사는 병마를 이겨내고 구원받은 감격을 잊지 못한다. 목회 30년 모든 여정에 하나님이 계심을 고백했다.

교회 개척 후 1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기도하고 전도하고 말씀을 전하며 10년을 보냈다. 하지만 성도는 50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긴 병에 인생도 포기하고 술에 취해 살던 동네 청년이 목사가 되었다고 하니 다들 손가락질 했다. 도망가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소망조차 없었던,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만나 주신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정말 어려운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복음’으로 돌아갔다. 하나님의 은혜만을 증거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담임목사가 되어주셨고, 교회학교 교사가 되어주셨다. 부족한 모든 것을 채워주시면서 교회를 세워나가셨다. 실패와 고통, 좌절과 상처, 소망과 기쁨, 이 모든 감정이 그의 목회 30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직 ‘복음’만을 전하는 교회, 동탄 전하리교회와 ‘바보’처럼 순종하며 목회에 일생을 바친 조한권 담임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하리교회를 찾아간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 20곳에 벌써 수개월 째 선교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사코 자랑할 것이 못된다고 손사래 치는 조한권 목사는 “나도 개척하고 너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봤기에 작은 교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 1,500평의 종교 부지를 받아 세련되고 도시적인 예배당을 새롭게 건축했고, 처음 교회가 세워졌던 수원시 정자동에도 십자가가 오롯이 세워진 아름다운 예배당이 있는 전하리교회였다. 수십 명의 평신도 사역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행정과 양육을 담당하고 예배당이 빌 틈 없이 기도하는 성도들로 가득한 교회에는 웃음과 “아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부흥을 거듭했을 것이라는 첫인상과는 달리 전하리교회는 조한권 목사의 눈물과 고난, 그리고 피와 땀의 기도로 세워진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선물이었다. 

 

아내를 통해 받은 구원의 선물

조한권 목사는 신부전증 환자였다. 순환과 배출에 문제가 생기니 온 몸이 퉁퉁 부었다. 한 알 먹던 이뇨제는 2~3알로 늘어나고 10년이 지나자 16알을 먹어도 듣지 않았다. 화도 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술에도 의존했다. 죽음을 앞둔 만신창이 같은 삶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셨다. 믿음의 아내를 보내주신 것. 불신자였던 남편의 구원을 위해 4킬로미터 떨어진 거리를 매일 오가며 새벽 제단을 쌓은 아내였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아내를 따라 나선 철야기도에서 그는 하나님을 만났다. 마음에 은혜가 넘치고, 막혔던 소변이 터졌다. ‘하나님께서 나를 고쳐주셨구나.’ 믿음의 확신은 그를 목회의 길로 이끌었다. 

“어느 날 신학교에 가서 목회를 한다고 하니까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더군요. 술 먹고 길가에 쓰러지던 녀석이 무슨 목사가 되냐는 빈정거림이었어요.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 교회를 개척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우상으로 가득한 고향에 반드시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나고 자란 수원시 정자동은 교회가 없던 곳이다. 어린 시절, 교회에 가 본 기억이 없으니 마을에서 목사가 나오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서 제일 약하고 못난 사람이 목사가 되어 교회를 세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전하리교회가 처음 세워진 곳은 그가 술에 취해 쓰러진 곳이다. 남편의 병이 낫길 바라는 아내의 기도, 남편의 구원을 바라는 아내의 기도가 심어진 땅이었다.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는 성전을 건축하게 하셨고, 복음이 퍼져가게 하셨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과 역사임이 틀림없었다. 

“처음에는 안산에 지하교회를 개척했어요. 2천500만원 빚을 얻어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았어요. 갈 곳이 없으니 아내가 저를 위해 기도해주던 신혼집, 고향 축사로 돌아왔습니다.”

 

전하리교회는 다음세대 양육에 탁월하다. 장년부터 유아부까지 동일한 본문으로 말씀을 전한다.
전하리교회는 다음세대 양육에 탁월하다. 장년부터 유아부까지 동일한 본문으로 말씀을 전한다.

18명의 성도와 성전건축 이뤄내

수원 정자동에 세워진 전하리교회는 성도 18명이 이뤄낸 기적의 건축이다. 축사였던 교회 부지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이다. 하지만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교신자인 작은아버지에게 명의가 넘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축사를 손질하여 예배를 드렸다. ‘그곳에 교회를 세우라’는 강한 마음도 주셨다. 10년을 기도하며 방법을 찾은 끝에 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회 재정부장이 성도들의 헌금에 손을 대고 말았다. 사업이 어려워지니까 헌금을 유용한 것이다. 상처받은 성도들은 교회를 떠났고, 노인들과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집사 한 가정만 남았다. 조한권 목사의 가족까지 모두 18명뿐이었다. 그렇다고 계획한 교회 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차피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것을 체험했기에 교회 건축도 하나님께서 열어주실 것이라고 믿었죠.”

1년에 20일 금식을 네 차례, 축사에 거처를 마련해 살면서 강단에서 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모았던 헌금이 사라지고, 성도들이 들고나는 과정을 10년 동안 반복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막힌 길을 열어주시니 일사천리였다. 횡령한 헌금을 돌려받고, 신도시 개발로 축사도 보상을 받았다.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의 땅이 있었는데 보상이 나오면서 큰돈이 생겼다. 이 모든 것을 교회 건축에 쏟아 부었다. 하나님 앞에 가진 것을 다 바치고, 가족들은 남의 집에서 창고 생활을 했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10년의 연단 속에 드디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놀랍게도 교회가 세워지자 성도들이 물밀듯 몰려왔다. 3년 만에 성전이 가득 차 예배드릴 곳이 없을 정도였다. 

조한권 목사는 교회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동탄에 제2성전을 짓기로 했다. 1,500평의 종교부지를 매입하고 2008년에 건축을 시작했다. 돈이 아니라 믿음으로 시작한 건축이었다. 부족한 남편을 만나 고생만 하던 아내는 동탄성전을 건축할 당시 위암 4기 판정을 받아 먼저 하나님 곁으로 떠났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100억 빚 속에서도 건축을 중단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은 그의 마음을 병들게 했다. 매일 눈물로 보낸 세월이었다. 

“예수님이 없었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렸겠죠. 아내가 떠나고 정말 목회하기 싫었습니다. 고생만 하고 떠난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동탄으로 인도하셨으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중이셨으니까요. 수많은 위기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속에서도 하나님의 인도만 따라가면 다 잘 되는 은혜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저 바보처럼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이루어 주셨습니다.”

빚을 안고 교회를 건축할 때의 불안과 고통, 병든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 부교역자가 성도들을 데리고 나가 바로 앞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의 상처, 수원에서 동탄까지 불과 15분 거리를 참 힘들게도 걸어왔다. “이렇게 쉬운 것 하나 없는 것이 목회”라고 그의 삶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매주 밤샘 금요철야로 무장된 성도들은 기도와 말씀이 생활화 되어 있고 간증을 나누며 신앙을 키워 나간다.
매주 밤샘 금요철야로 무장된 성도들은 기도와 말씀이 생활화 되어 있고 간증을 나누며 신앙을 키워 나간다.

 

‘복음’ 이외의 것은 전하지 말라

예배당을 크게 짓는다고 성도가 모이는 것은 아니다. 18명의 성도가 교회 건축에 뛰어든 무모함은 ‘믿음’에 있었다. 동탄에 100억 규모의 새성전을 짓는 것도 무모한 믿음이었다. 조한권 목사 스스로도 “‘바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 교회에는 나 같은 바보가 많다”는 것도 조 목사의 자랑이다. 세상의 바보가 아닌, 하나님 앞에 바보로 살아가는 삶, 그것이 전하리교회 담임목사의 삶이자 성도들의 삶이다. 

“목회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교만이지요. 내 힘으로 목회를 했다면 아마 50명도 힘들었을 겁니다. 나 자신도, 내 가족도 이끌기 힘든데 남을 이끌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베드로의 그물을 채워주신 예수님, 모세를 애굽 땅에서 인도해내신 하나님, 모두 나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을 고백하면 목회는 됩니다.”

조한권 목사는 잘 빚은 도자기보다 투박한 질그릇에 가깝다. 그런 묵묵함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수원 성전 입당 후 하나님의 때가 이르자 40배 부흥의 축복을 받았고, 동탄 성전이 세워진 후에는 수천 명의 성도들이 말씀과 기도로 자신의 삶을 무장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성도의 상당수가 20~40대 젊은 층으로 구성된 역동적인 교회라는 사실이다. 

시계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에 예배를 드리러 오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교회에 모여서 밤늦게까지 찬양을 부르는 중고등부 학생들, 세상 일터보다 전하리교회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고 모여든 청년들까지 이들 모두가 하나님의 충실한 일꾼이다. 

성도들의 믿음이 단단한 이유는 오직 ‘복음’에 있다. 조한권 목사는 ‘복음’ 이외의 것은 설교하지 않는다. 장년부터 유치부까지 같은 본문으로 주일 설교를 전한다. 탁월한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십자가 복음만 전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금요 철야는 밤 새 진행된다. 

하루 3시간 기도에 힘쓰는 담임목사를 닮아 성도들의 기도 열정도 놀랍다. 코로나로 비대면 예배를 드릴 때에는 선포기도문을 나누고 하루 3번, 한 시간씩 기도하게 했다. 기도와 함께 복음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다시 ‘은혜의 나눔’을 통하여 성도들에게 흘러가게 만들었다. 비대면 예배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전하리교회 성도들은 더욱 뜨거운 신앙을 체험하고 간증을 나누는 중이다. 특히 온라인예배와 선포기도를 통하여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이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 ‘바보 목회’

‘전하리’라는 교회 이름에는 복음을 전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냥 전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조한권 목사는 “나의 목회에서 첫 번째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사람은 의식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하라고 하면 했고, 뜻이 아니면 단호히 거부했다. 나를 강하게 하신 성령께서 인도해주신 것이고, 순종하고 내려놓는 바보 같은 신앙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과 함께 아프리카 선교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100개의 교회를 건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백석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제3세계 학생도 지원하는데, 단순히 학비만 보태는 것이 아니라 교회 간사들이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가 상담과 기도로 돌보고 있다. 

30년을 쉼 없이 달려온 조한권 목사에게 목회 후반부 계획을 묻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는 계획이 없어요. 계획을 백번 세워도 하나님이 아니라고 하면 바로 내려놓아야 하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하셨듯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바보 같아도, 하나님께서 늘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 길만 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제 삶의 답입니다. 주님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데 무슨 계획이 필요할까요. 저와 우리 성도 모두 주님만 바라보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주님을 위해… 그렇게 가면 되는 거예요.” 

말을 맺는 조 목사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 있었다.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찬양곡이 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은혜의 체험과 복음의 감격을 나누는 전하리교회. 다음세대를 복음 안에 세우고,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놀라운 기적이 세상 곳곳에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조한권 목사와 성도들은 성령과 기도로 동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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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2020-11-06 15:24:12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 시대에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 귀한 목사님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 소망이 됩니다. 전하리교회에서 신앙생활하시는 성도님들이 참 행복하시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타협이 없는 복음의 열정으로 앞으로도 더욱 부흥성장하며 복음을 전하는 전하리교회가 되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jh 2020-11-06 14:59:0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뭉클한 은혜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ㅎㅇㅎ 2020-11-06 14:38:21
인터뷰를 읽고있는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더 어려운 교회를 돕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따라 걷는 목회자의 진심어린 마음이 글을통해 울컥 울컥 하게 묻어나는것 같습니다. 다음세대가 기대가 되고 더욱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전하리교회가 잘 될것이 보이며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