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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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0.10.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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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폭풍전야입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9개월을 넘어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았지만 이제는 힘겹습니다. 이제 삶의 고난이 죽음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폭풍전야라고 했습니다.

최근 한 보도에 보면 수도권 20~30대 여성들의 자살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소위 이야기하는 코로나 블루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잘 보면 이들이 이 시대의 취약계층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먼저 잘려나간 사람들입니다. 직장 초년생이고, 여자라는 이유로 밀려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 육아가 걸립니다. 현재 보시면 알겠지만 아이를 가진 직장맘들은 노심초사입니다. 유치원과 학교가 안 열리는 동안 이들은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아 유랑민처럼 떠돌았습니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라고 편했던 건 아닙니다. 집안을 하루종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과, 심지어 남편까지 걷어 먹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갈 때는 그래도 하루에 잠깐이라도 자신의 시간이 있었는데 모두 없어지고 만 것이죠. 아이가 없는 여성들도 코로나 블루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요즘 수도권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 가족과의 연결이 느슨해진 1인 가구입니다. 고립된 상황으로 몰리기 십상입니다.

얼마 전 일로 인해서 다른 이들과 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30대 여성도 함께 했습니다. 상담을 하는 분인데 그 동안 상담도 끊어지고, 집에서 아이들 뒤치다꺼리만 하다 상담소 문제로 나온 것입니다. 회의 내내 아무 말도 안 하던 분인데,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집을 떠나서 밥을 먹은 지가 몇 달 만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너무 행복해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짠해집니다. 남을 상담하는 분인데 자기에게 갇혀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수도권 20~30대 여성에 이 분도 속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40~50대 남성들입니다. 이 연령대의 남성들이 우리나라 자살률을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평소에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이들이죠. 이들이 지금까지는 잘 버텼는데 곧 닥칠 연쇄 도산이나 IMF 때 보았던 대량실직의 피해자들이 될 것입니다. 돈 버는 것밖에 몰랐던 이들인데 이제 자신을 증명할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더 무섭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쉽게 내어 던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는데 이런 위기가 왔기에 더 무섭습니다.

올해 1월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소식을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월에는 이게 중국에서나 떠도는 병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3월로 들어서며 신천지발 코로나의 확산으로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전 세계가 이 병에 무너지기 시작했고, 팬데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3월만 해도 2~3주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 보면 우리가 다시 모일 줄 알았습니다. 힘은 들어도 몇 달 지나면 우리의 일상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10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보니 이건 몇 달에 지날 일이 아닙니다. 몇 달 버텨서 지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큰 일 난듯이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의 삶은 이렇게 고정되어 갑니다. 앞으로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가 적응을 해야 합니다. 힘든 일상이 되었지만, 또 이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생길 겁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또 살아갈 길을 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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